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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눈경영 Sep 18. 2023

조직 장악

지사장으로 부임했다. 조직은 어떻게 장악해야 하는가?

새로 지사장으로 부임했다. 다소 긴장된 분위기에서 취임사 및 회식도 하고 분위기가 좋다 싶다가도 한두 달 지나면서 삐그덕 거리기 시작한다. 회의시간에 뚱한 표정으로 고개 숙이고 있거나 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웃음을 참고 있다. 지시를 해도 늦거나 성의가 없다. 실적도 작년 동기 대비 현격히 떨어지고 만족도 설문 결과도 떨어졌다. 나의 상사는 원인파악을 지시하면서 점차 신뢰를 안 하는 듯한 느낌이다. 본인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 조직 장악에 실패했다고. 




신임 지사장으로 부임해서 조직을 장악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내부 승진일 경우, 어제까지 동료였던 Peer들에게 하루아침에 "나를 따르라" 해야 한다. 더욱이 그중에 내심 지사장을 노리고 있던 사람들이라면 더욱 콧 방귀를 뀌기 마련이다.

외부 영입의 경우, 당연히 조직의 상황, 산업 이해도, 고객 관계 등의 측면에서 잘 모르니 무슨 말을 해도 "그건 모르셔서 하시는 말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지사장 입장에서 두 가지 중 하나의 태도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둘 다 끝이 안 좋을 가능성이 높다

권위를 앞세워 강제로 따르게 찍어 누르기: 내부 승진일 경우 배신감을 느낄 것이고 외부 영입의 경우 "뭘 알고 그러느냐"는 반발심을 불러일으킨다.

인심을 얻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잘 보이기: 초반에는 분위기가 좋을 수 있으나, 결국 지사장을 우습게 보는 분위기로 귀결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크게 보면 취임 이후의 조직 문화는 4가지가 중 하나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규율도 잡혀있고 만족도는 높은 "Winning Team"

규율은 잡혔지만 만족도는 낮은 "수용소"

규율은 없지만 만족도는 높음 "동아리"

규율도 없고 만족도도 낮은 "오합지졸"

최악은 당연히 오합지졸, 최선은 Winning Team일 테고, 지사장 입장에서는 동아리보다는 차라리 수용소가 낳을 것이다. 최소한 일은 돌아가기 때문에. 




첫 6개월

왜 6개월인가? 첫 3개월은 업무 파악에 바쁠 것이고, 이후 3개월 정도가 그야말로 지사장의 "간을 보는 (영어로는 Sizing Up)"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특히 중요한 몇 가지를 나열해 보면:

1) 파악은 최대한 빠르게: 특히 외부 영입의 경우 이를 잘하면 다들 놀라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이다.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는 지사장은 수두룩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근원이 될 뿐 아니라 사업 방향을 잡는데 결정적인 밑거름이 된다. 새로운 산업의 경우 기본적인 공부도 필수다. 둘 다 해야 한다.

2) 인사는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특히 대놓고 모든 사항에 반발하는 직원, 정도경영에 위반이 의심되는 직원, Performance가 바닥인데 전임자가 해결을 못한 직원 등에 대해서는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 나머지 구성원들이 속으로 환호하고 조직 분위기가 극단적으로 좋아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3) 프로세스 수정은 신중하게: 예를 들어, 몇 달 관찰한 결과로 회의체를 만들었는데 얼마 뒤에 흐지부지 되는 등, 신뢰를 빠르게 잃는 경우가 흔하다. 단발성 의사결정은 괜찮지만 섣불리 지속성 있는 변화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4) 최소한의 위엄은 갖춰야: 복장도 너무 편하지 않게, 시선 처리도 집중력 있게, 산만해 보이지 않는 모습 유지 (특히 직원이 이야기하는데 핸드폰 들여다보는 것은 최악), 목소리에 신경 쓰는 등 이미지 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 평소에 아재개그를 즐겨하는 스타일이었다면 집에 갈 때까지는 참아야 한다. 


6개월 이후

어떤 조직을 이어받았는지에 따라 지사장으로서 기울여야 할 노력이 조금은 다르다. 각각에 대해 살펴보겠다. 

"오합지졸"조직에서 벗어나기

답이 없다. 만족도가 급격히 올라갈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휘어잡아서, 안타깝지만 "수용소" 조직으로 빠르게 변화시켜야 한다. 그 이후는 바로 다음에 다룬다.


"수용소"조직에서 벗어나기

전임 지사장이 지나치게 경직된 문화를 만들었거나 본인의 카리스마가 과도해서 만족도가 낮은 "수용소" 조직을 맡은 경우에는 다음 사항을 유의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1) 기본은 포용이다: 위에서 언급한, 과감한 정리할 때를 제외하고는 직원들을 마음으로 감싸야한다. 하지만 지사장 입장에서 뒷 목을 붙잡는, 속이 터지는 일은 다반사이다. 리더는 "날씨를 제어"한다고 한다. 회의 시작할 때 가벼운 농담 한마디 하면 다들 놀라울 정도로 좋아하고, 지사장이 인상 쓰고 있으면 다들 초 긴장상태가 된다. 다들 지사장 표정과 입만 바라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마음가짐이 얼굴에 드러나기 때문에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가장 권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인도에서 태어난 여성이 미국 대기업의 회장까지 간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바로 Pepsi 그룹의 회장을 역임한 Indra Nooyi가 한 말 중에 "Whatever anybody says or does, assume positive intent"가 있다. 즉, 쉽게 말해 나쁜 의도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이유가 있겠지"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실제로도 정말 많은 경우에, 지시를 어겼는데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거나 작게는 회의에 늦었는데 실제로는 고객과 중요한 논의를 하다가 온 경우도 허다하다. 일단 포용하고 시작하면 직원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긍정적이 되고, 직원들의 만족도는 올라가게 되어 있다. 


2) 앞서 고민하라: 첫날부터 수많은 승인 요청을 받을 것이다. 승인뿐 아니라 수많은 질문들을 퍼부을 텐데 (이는 조직원들의 책임회피 성향에도 기인한다), 이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으려면 항상 한 발 앞서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사장 일이 피곤한 것이다. 자나 깨나 일 생각을 해야 하니. 하지만 이러한 고민이 안되어 있으면 우유부단해 보이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조직이 방향 없이 움직이는 것만큼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많지 않다. 그래서 지사장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작게는 모든 사안에 대해 답을 가지고 있어서 의사결정을 해줘야 한다. 


3) 직원 능력에 따라 다르게 접근하라: Google 같은 극소수 기업을 제외하면 외국계 지사 인원들의 역량은 천차만별이다. 대부분 리더들이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이보다, 직원의 능력차이를 인정하고 이에 맞게 일을 하면 모두 편해진다. 즉, 고성과자들에게는 과감히 권한이양을 하고 인정해 주면 만족해한다. 반면 저 성과자들에게는 명확한 지시와 "숙제검사"를 통해 케어받는 느낌을 주는 효과가 있다. 물론 심호흡하고 멘탈 관리하는 훈련은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필수다


4) 물러날 준비를 하라: 후계자를 키우라는 뜻이다. 리더들 중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부하들을 경쟁자로 여기고 후계자 씨를 말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경에서 만족도 개선은 요원하고 조직은 "수용소"에 머물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상사 입장에서 지사장이 Succession Plan에 소홀하면 이는 치명적 단점으로 여기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동아리" 조직에서 벗어나기

지사장 성격이 유하거나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할 경우 조직이 자칫 느슨해져서 동아리 조직이 될 수 있다. 성격을 바꿀 필요는 없지만 규율은 반드시 높여야 한다. 몇 가지 Tip을 주자면..


1) 나만의 질책 방법을 찾아라: 소리를 지를 필요는 없다. 질러서도 안된다. 명확히 피드백을 주면 된다. 일벌백계가 필요하면 회의석상에서, 그 외에는 1:1로 피드백을 주는 것이 좋다. 조금 세게 하려면 "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하는 방법도 있다. "일부러 그런 건가요? 아니면 몰랐나요?" 일부러 그랬으면 나쁜 것이고 몰랐으면 무능한 것이다. 
잘못했고 직원이 모르거나 무시하고 있을 경우 절대 넘어가면 안 된다. 결국, 직원이 미안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 절대로. 절대로 직원을 화나게 하면 안 된다. 동아리 조직에서 오합지졸 조직으로 직행하는 지름길이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당사자가 억울해하거나 미안해하는 갈림길은 리더의 질책 기술에 달려 있다.  


2) 프로세스는 반드시 지켜야: 대규모 회의 외에도 직원 1-2명과 정기적으로 잡은 회의체도 많다. 바쁘거나 피곤하면 이를 건너뛰거나 취소하게 되는데 이는 규율 정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위에서 프로세스 수정은 신중하게 하라는 것의 상응하는 의미다. 한번 만든 프로세스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3) 믿되 확인하기: 지사장을 우습게 보고 규율을 해이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쉽게 yes 하기"다. 매일 같이 올라오는 승인 요청을, 바쁘거나 귀찮다고 Yes 하기 시작하면 빠르게 느슨해진다. 믿되 반드시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승인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쓴다면 이는 권한이 너무 집중되어 있다는 뜻이니 승인 권한 프로세스를 과감히 손볼 필요가 있다. 


써 놓고 보니 지사장뿐 아니라 일반 조직의 리더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부서장들은 재무, 영업, 마케팅 등 동일 기능의 수장이라 산하 구성원의 문화나 역량이 유사한 편이다. 반면 지사장은 영화 스타워즈의 술집처럼 다양한 부류의 직원들을 모두 끌어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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