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클럽: 233호 유니콘
유니콘(Unicorn)은 전설 속의 동물인, 이마에 뿔이 달린 말이다. 동시에, 기업가치가 1 Billion US Dollar (부르기 쉽게 1조 원이라고 치자)를 넘어선 스타트업들을 칭하는 단어이고, 유명한 벤처투자가인 Aileen Lee가 2013년에 처음 그리 부르면서 일반명사화되었다. CB Insight라는 연구기관이 이를 친절히 정리해 주고 있고,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백만장자의 1천 배 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유니콘들 중 흥미로운 기업들을 골라, 무엇을 하는 회사이고, 어떠한 사업모델과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지를 쉽게 풀어보려고 한다.
예전에 스타크래프트 해보신 분들은, 팀플레이 때 많이 해 보셨을 거다. "gogogo", "5시 헬프!" 등 게임 중 대화가 힘들었었다. PC방에서 팀플레이할 때는 소리를 질러서 그나마 낳았지만. 이를 해결한 솔루션이 Discord이다. 게이머 누구나 아주 쉽게 채팅방을 만들고, 팀플레이 게임 중에 헤드셋을 통해 대화가 가능하게 만든 솔루션이다. 물론 Skype를 쓸 수도 있겠지만, Skype는 게임용으로 특화된 서비스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많이 불편하다. 심지어 XBOX사용자는 바로 Discord로 접속이 가능하다. VoIP (Voice over IP) 기반이라 전화요금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불편했던 점을 속시원히 해결해주고, 게다가 무료라면.? 게이머 입장에서 거부하기 어려워 보인다.
놀라운 성장세에 힘입어 현재 가입자가 1억 3천만 명이다. 이는 Game of Thrones, Sex and the City, Band of Brothers 등을 제작한 HBO에 살짝 못 미치고, 넷플릭스 보다 조금 높다. 두 회사가 콘텐츠에만 쓰는 돈이 매년 수조 인 점과 비교할 때 (HBO는 약 2조 원, Netflix는 약 8조 원), Discord는 지금까지 누적으로 투자받은 금액이 1600억 원 정도인 점을 볼 때 놀라운 추세이다 (물론 투자비 회수 측면은 또 다른 이슈이지만)
Discord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된다. 그러면 어떻게 돈을 버는가도 중요한 문제이다. Discord는 다수의 인터넷 스타트업들처럼 수익모델을 계속 고민하면서 발전시켜 나가고 있고, 현재의 모델은 Freemium이다. Freemium은 무료(Free)와 프리미엄(Premium)이 결합된 신조어이며,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고, 일부 프리미엄 기능은 유료화하는 모델이다. 유료 가입자가 되면 이모티콘도 사용 가능하고 저장 용량도 늘려준다.
** 참고로, Freemium은 인터넷 기반 사업들에서 특히 많이 발견된다. 게임 중에 아이템을 구매하는 모델(In-App Purchase)도 여기에 해당되고, 기본 저장용량은 무료에 추가 용량에 돈을 내는 Cloud 서비스나 메일 서비스도 포함된다. Freemium 모델의 장점은 무엇일까?
1. 가입자를 늘리는데 효과적이다. 유료 대비 무료면 당연하다. 돈을 내고 안 내고의 차이도 있지만, 신용카드 입력 등 절차로 인해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2. 안정화에 대한 부담이 적다. 특히 초기에 서비스가 불안할 때 유료 모델은 항의 전화받느라 일을 못하겠지만 Freemium 모델은 이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3. 광고모델로 확대에 유리하다. 가입자 숫자는 광고주들에게 달콤한 유혹이다. 수익모델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된다.
최근 버스 옆면 광고에 나오는 로열 캐닌 문구이다 "닥스훈트에게 요크셔테리어 사료를 준다고요?" 모든 산업은, 극히 드문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면 대량생산에서 상품 다양화로 흘러간다. 즉, 물품이 귀하던 과거의 공급자(Supplier) 중심의 시장에서 소비자(Buyer) 중심의 시장으로 중심축이 이동함에 따라 다양한 취향에 맞추어 상품을 다양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예전에는 치약은 럭키치약 하나였다. 지금은 어떠한가? 각 Micro Segment에 맞는 별별 치약이 다 나온다. 심지어 애완동물 사료까지도.
상품 다양화의 단계를 넘어서면, Segment단위가 아닌, 개인단위로 패키징 된 상품으로 경쟁을 한다. 제조는 어렵고 (주문생산의 비용 때문에), 주로 서비스 분야의 트렌드이다. Netflix나 Amazon의 추천이 여기에 해당된다.
Discord의 전략은, 바로 이러한 상품 다양화의 흐름에 맞춰, Gamer라는 세그먼트에 100% 특화된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다자간 음성통신 서비스가 어디 한두 개 인가? 대부분 폰에 깔려 있는지도 모르는 Google Hangout만 해도 그런 기능을 제공해 준다. 그러나, 게임마니아 입장에서는 그 기능의 다양성이나 편리함이 비교가 안된다. Discord는 예를 들어, 유난히 숨소리가 큰 게이머가 있으면, 그런 부분까지 보정해 준다. 헤드셋을 끼고 게임을 하기 때문에 필요한 기능이고 다른 서비스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배려이다. 가격이 비슷하다면, 일반 치약은 "이는 시리지 않은데 미백이 필요한 고객"용 치약을 그 세그먼트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특화/세분화 전략 성공의 전제는 그 Segment가 충분히 커야 한다는 점이다. 다행히 게임 시장은 그 자체로 제법 크다. 전체 시장이 120조 원을 넘고, 특히 Discord가 공략하고 있는 PC용 게임 시장도 30조를 훌쩍 넘는다.
Discord처럼 게임 시장에 "올라타"서 성공한 서비스의 대표적 사례가 Twitch이다. Twitch는 게임 전문 비디오 채널이다. 게임 관련 콘텐츠를 편성해서 케이블 TV를 통해 방송하는 한국의 온게임넷보다는, 개인들이 올리고 개인들이 시청하는 YouTube에 가깝다.
그러면 Discord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일단, 게임 시장에서 침투율(Penetration)을 극대화하는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포화상태로 접어들 것이 예상되면, 현재 탄탄히 구축해 놓은 "음성 채팅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관련 사업으로 다각화할 것으로 예상해 본다. 예를 들어, 기업용 오디오 콘퍼런스 시장도 기존 업체들이 워낙 낮은 품질의 제품/서비스로 폭리를 취하고 있어서, 혁신적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블루오션으로 볼 수 있다. 즉, 한 가지 사업을 통해 확보한 인프라를 재활용해서 주변사업으로 뻗어나갈 것이다. 요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마켓 컬리가 빠른 배송 인프라를 이용, 다른 상품 배송으로의 확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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