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4살 누렁이를 입양하고, 오래 같이 걷는다.

by 서촌누렁이

요즘 반려견과 산책을 즐긴다.

매일 두 번 길을 나선다.

어떤 날은 셋, 넷이 되기도 한다.


그는 어디든 가고 싶은 곳으로 간다.

멈춰 냄새도 맡고, 오줌도 싸고, 온몸을 부벼가며 맛도 보고 실컷 즐긴다.

-풀이며 흙이며 뒹구는 턱에 집에 와 오염물을 다 닦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


힘껏 솟은 꼬리로 신나게 걷는 아이를 말리고 싶지 않아 줄 당김 없이 뒤쫓는다.

덕분에 4년 동안 한 번 안 가봤던 곳에 발자국도 찍었다. 같은 길도 조금씩 벗어나 걸으니 참 새롭다.


안 와본 곳이 이렇게 많았구나, 매일 중얼댄다


타의로 가본 그곳들은 참 좋다.

걸음에 내 목적이 없으니 멍하니 쫓거나 주변 풍경을 살핀다.

익숙한 곳이지만 눈에 담기는 건 대부분 처음이라 놀랍고 즐겁다.


효율만 중요했던 이동이 나를 무척이나 무료하게 만들었겠다 싶다.

여유로우려 서촌에 자리 잡았던 당시가 무색하다.




같이 걷다 마주치는 사람들은 활짝 웃는다.

개 탓이다.

덕분에 무표정이 일상이었구나 깨닫는다.

걸으며 가까워지는 웃는 얼굴은 정말 귀하다.


참 호혜적이다.

하루 두세 번 산책에

누렁인 행복하고,

누군가는 이 친구를 보고 활짝 웃으며,

나는 웃는 얼굴을 마주한다.


덕분에 요즘 산책을 즐긴다.

매일 두세 번씩 여럿이 행복하다.



함께 사는 누렁이이다. 나의 필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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