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부처의 말』을 시작하며
점심을 먹은 후, 오후를 곧 잘 망친다.
식사 준비와 뒷정리까지 쓰는 에너지 탓일까? 한두 시간 열심히 움직이고 나면 그게 뭐든 싶지 않다. 누워 열심히 도파민을 탕진하고 나면, 순식간에 사라진 시간이 그리 금처럼 느껴진다.
신나게 놀아놓고선, 불쾌해한다.
불쾌감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 재빨리 밖으로 나서기로 한다.
오후를 잘 보내려 가 본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집어 들었다.-역시 책은 작고 예뻐야 한다- 간결하게 현대화해 핵심만 담아 놓았다. 주제별로 잘 엮어 놓아 어디부터 읽어도 괜찮다.
나이가 들며 내가 나에게 부여하는 행동양식이 좋으면서 아쉽다. 2,500년간 사랑받은 현자의 말을 들어보기로 한다. 곧바로 아홉 번째 ‘자유로워진다’로 시작한다.
‘무작정 믿어서는 안 되는 열 가지’
첫구절은 의아하다. 자유로우려면 믿음을 버려야 한다.
곧 알겠다. 그렇지 생각을 잃으면 자유를 잃는 것이지.
생각은 생각보다 쉽게 다른 사람에게 뺏긴다.
손쉽게 타인을 열람할 수 있으니 자꾸 딴 사람 말에 살아진다.
잘 읽고 난 기사나 글의 첫 댓글로 판단이 순식간에 바뀌는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높은 SQ를 가졌거나 대문자 F의 사람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동의해 줌이 혹은 공감해 줌이 더 나은 가치라 믿는 다면-
조금은 조심히 듣고,
직접 생각하고 행동하자.
자유로워진다.
[부록 인용]
당신이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 말이 옳다. 저 사람은 틀렸다’고 말하기에 누구의 말이 옳은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다른 이에게 속아 세뇌당하고 자유를 잃지 않으려면 다음의 것을 주의하세요.
첫째, ‘누가 당신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는 소문을 들어도 실제로 확인될 때까지는 믿지 마세요.
둘째, ‘이곳에서는 옛날부터 이랬다’며 전통을 들먹인다고 해서 무작정 믿지는 마세요.
셋째, 유행하고 있고 평가가 좋다고 해서 무작정 믿지는 마세요.
넷째, 성전이나 불경이나 책에 쓰여 있다고 해서 무작정 믿지는 마세요.
다섯째, 실제로 확인해보지 않은 억측은 믿지 마세요.
여섯째, 옳게 보이는 ‘00 이론’이나 ‘00주의’에 의한 것이라 해도, 무작정 믿지는 마세요.
일곱째, 상식에 맞는 것이라 해도 무작정 믿지는 마세요.
여덟째, 당신과 의견이 같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쉽게 믿지 마세요.
아홉째, 상대의 의복이 훌륭하거나 직업이 좋거나 태도가 정중하다고 해서 겉모습에 현혹되어 믿지 마세요.
열 번째, 상대가 자신의 스승이라 해도 맹목적으로 믿지는 마세요.
-증지부경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