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는 분과 떠나는 놈.

by 아무개








날이 밝았다. 모두 살아 있었다. 아무도 환호를 하거나 경건함이 깃든 표정으로 사막의 아침을 맞이하지 않았다. 새로운 곳의 신선함도 없었다. 다만 부시시한 눈을 뜨고 좀비로 변하지 않은 서로의 모습에 안심하며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먹이 사슬의 최하위 영역에 속한 존재들처럼 지치고 힘든 꼬락서니는 안쓰럽다 못해 신성해야 할 사막의 아침을 더럽힌 것 같았다.


토스트와 삶은 달걀을 아침으로 먹었다. 낙타를 타고 온 길을 되돌아 간다.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떠날 때 보다 가깝다. 낙타의 몸짓에 나를 올려놓는 부담이 덜 했다. 어울림도 낙타 위의 모습이 한결 자연스러워 보였다. 이동하던 중 낙타는 두 차례 가볍게 뛰었다. 걸을 때 보다 몸이 더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빠른 속도로 마른땅을 차고 나가는 낙타의 발굽 소리는 가슴을 때리고 울리며 바람을 일으켰다. 이 진동과 소리는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부족의 전사들에게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했을 것이다. 내 혈관도 수축하고 있었다.


자동차로 픽업할 장소에 도착했다. 10시에 차량이 오기로 했지만 한 시간을 기다렸다. 어제 우리가 그랬듯이 오늘 출발하는 여행자들이 포토 포인트 두 곳을 들렀다가 이곳에 도착하면 그들은 우리가 타고 온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우리는 그들이 타고 온 차량을 이용해 숙소로 이동할 것이다. 가장 힘든 건 낙타들이고 그 다음은 여행자일 것이다. 돈은 이렇게 버는 것이다. 쉴 틈 없이. 기계처럼.


기온이 올라갈수록 바람은 더 강하게 불었다. 차량이 도착했다. 새로운 일행들은 중무장을 했다. 그들 중에는 두 명의 여자가 있었다. 이 팀은 그나마 사막의 건조함을 달래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눈을 돌려 우리의 젊은 여행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모난 성격의 가시 나무 하나가 어지럽혀 놓은 그늘 밑에 몸을 던져 놓고있었다. 처량한 패잔병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곳에 무슨 낭만이... 자유가... 추억이... 있겠나 싶었다. 나는 모든 추억을 내가 독점하려고 했다. 여러분 미안.




한 시간 늦은 12시에 숙소 도착.

샤워 후 점심을 먹고 시장에서 망고와 바나나를 샀다. 자이살메르 역으로 가기 위해 오토릭샤를 불렀다. 운전수의 눈은 유난히 반짝였고 검은 동공은 끝없이 깊었다. 요금은 50루피. 이틀 전, 역에서 숙소까지는 10루피. 이틀 후 오늘은 숙소에서 역까지 50루피. 나의 상상력은 바로 끝이 났다. 이해할 수 없었다. 수학적으로 1+2와 2+1은 3이다. 인간의 뇌는 수학적으로 발달해 왔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논리적 사고의 영역을 이성이라고 불렀다. 2+1이 15라면 나는 그 이유를 물어볼 수밖에 없다. 같은 장소를 같은 거리로 오고 가는 데 왜 요금이 다른지, 야간 할증 시간도 아닌데.


주위의 누구도 내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냥 내 말에 끄덕이며 그렇다고 했다. 내 말이 맞다는 것인지 그냥 알아 들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옛 노래 가사 한 구절이 떠올랐다. '오실 땐 단골손님 안 오시면 남인데~' 노래와 함께 설명으로는 불가능한 그 어떤 진리가 언박싱 되었다. '오시는 분과 가는 놈'의 차이였다. 그 차이는 결코 수학이나 이성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것임을 나는 깨달았다. 이 오묘하고 신묘한 진리는 오로지 이 우주에서 내 주머니 만을 털기 위해 처음으로 언박싱 된 것이다. 나는 진리의 나타남과 깨달음에 기쁜 나머지 보드가야의 마하보디 사원으로 달려가 싯다르타가 앉았던 보리수나무 밑에 내 방석을 놓아두고 싶었지만 참았다. 나는 그의 검은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내가 갇혀 있었다.


나는 그를 돌려보내고 택시를 불렀다. 택시 운전수는 터번에 어울리는 수염을 갖고 있었다. 높고 반짝이는 코 밑으로 회색 수염이 영혼의 뿌리처럼 달려 있었다. 요금은 묻지 않고 자이살메르 역으로 가자고 했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 다섯 개를 펴며 피프띠라고 말했다. 나는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가장 홀가분한 '오케이'를 말했다. 역에 도착해 50루피를 운전수에게 주었다. 그는 지폐를 받고 두 손으로 합장하며 미소와 함께 고개를 살며시 옆으로 끄덕였다. 삐걱덕 거리는 소리를 내며 차문을 열고 내렸다. 배낭을 메고 있는데 그가 내게로 다가왔다. 그는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지폐 한 장을 내밀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말없이 웃으며 내게 받으라고 했다. 혹시 피프띠가 아니고 피프띤이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지폐를 받았다. 100이라는 숫자와 마하트마 간디의 웃는 얼굴이 있었다. 100루피. 행운을 빌어주는 위조지폐가 아닐까 하며 이게 뭐냐고 물었다. 그가 말했다. "머니!" 그는 두 손을 모아 가볍게 인사를 하고 차를 탔다. 어리둥절하며 그의 얼굴을 보았다. 회색 수염이 눈동자를 대신했다.


내가 역의 광장을 가로지르는 동안, 물론 내 손에는 간디의 웃는 얼굴이 들려 있었다. 기차 시간에 맞추어 택시와 오토릭샤들이 광장의 주변을 채우고 있었다. 노란색 택시 옆에서는 여행자가 운전수에게서 고무줄로 묶은 돈뭉치를 건네받고 있었다. 나는 미리 플랫폼을 찾기 위해 속도를 내어 걸었다. 갑자기 내 옆으로 커다란 배낭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바로 배낭을 붙잡는 검은손이 보였다. 여행자는 뒤를 돌아보았다. 얼굴이 붉고 젊은 서양인이었다. 갑자기 주변의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서양인을 잡은 것은 오토릭샤 운전수였다. 나는 그들의 옆을 지나치며 발걸음의 속도를 늦추었다. 운전수는 오른손을 들어 휘저으며 큰 소리로 피프띠를 반복해 말한다. 그리고 간디의 얼굴이 보이는 100루피 지폐를 얼굴이 붉은 남자에게 주었다. 나는 다시 발걸음의 속도를 높여 빠르게 걸었다. 걸음이 빨라질수록 주변의 알 수 없는 말들과 뒤섞인 소리들이 귓속으로 모여들며 울려댔다. 몸의 중심이 흔들렸다. 나는 앞으로 기울어졌고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그리고 누군가 나를 불렀다.


"할로우?" 나는 머리를 들어 앞을 보았다. 검고 깊은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동자는 나를 가두고 있었다. 젊은 오토릭샤 왈라는 고개를 갸우뚱해 보이며 나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접혀있던 내 목의 주름에서 땀방울이 또록 흘렀다. "아~ 땡큐!" 나는 할 말이 생각났다는 듯 다급하게 말했다. 그는 다시 한번 미소는 아니지만 그만큼의 호의를 품은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나는 서둘러 50루피를 그에게 주었다. 그는 다시 고개를 까딱였다. 기차를 타러 가는 내 발걸음은 허공을 휘젓고 있는 것 같았다. 바닥이 꿀렁거리는 건지 내가 걸을 수 없게 된 건지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처음처럼 새롭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식사를 마친 후 주인이 내게 음식값을 내밀며 맛은 어땠는지 묻거나, 주방장이 10퍼센트의 팁을 주고 음식을 만들게 해 주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더라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런지 묻지도 않을 것이다. 아침에 사랑하고 점심에 헤어지거나, 올 때와 갈 때의 요금이 달라도, 모든 곳, 모든 사람, 모든 일들은 그냥 그런 거다. 어떤 때, 어느 장소, 누군가에게는 2+1이 관절염 일수도 있다.







좌석 번호는 3, 5번. 세 명씩 마주 앉는 좌석. 잠을 잘 때는 윗 쪽으로 두 개의 간이침대를 펼쳐 고정한다. 어울림은 맨 위쪽 나는 맞은편 중간층. 기차는 밤을 새우고 우리는 잠이 든다. 굿바이 자이살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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