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온 빌라도와 더 늦은 예수.

by 아무개




자이살메르-델리 열차.

여자가 얄밉다. 여자는 계속해서 정확한 발음과 당당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학생으로 보였다. 얄미웠다. 눈치를 보거나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두 눈을 상대 남자에게 단단히 고정하고 있었다. 말과 함께 손을 휘저었는데 동작은 짧고 냉정했다. 목소리는 맑거나 또렷한 새의 짹짹임 같았지만 그보다 무거웠다. 중간중간 섞여 나오는 얕은 탁성은 말 끝을 빠르게 잘라냈다. 신뢰감을 주는 깍쟁이의 목소리였다. 남자가 자리를 떠났다. 깍쟁이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어울림은 계속 3층 칸에서 앉아 있었다. 불편해 보였다. 자신의 좌석이 비워졌는데도 내려오지 않는다. 그녀가 얄미웠다.


델리칸트 역을 지나 다음 역이 우리가 내려야 할 델리 사라이 로힐라 역이다. 사려 깊지 않은 강한 냉방과 마땅치 않은 좌석을 피해 객실 밖으로 나갔다. 인디언 청년과 대화를 했다. 단어 몇 개와 표정과 장단음을 조합해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서두르다 망고를 두고 내렸다. 어울림과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레라마 게스트 하우스. 아침을 먹고 짐을 맡겼다. 한국에서 보낸 물건이 도착했는지 확인 전화를 했다. 도착하지 않았다. 어울림의 얼굴이 실망으로 차 올랐다. 설사가 잦아졌다. 허리띠를 분주하게 풀었다 채웠다를 반복했다. 오늘 마날리로 떠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가려면 서둘러 예약을 해야 한다. 아니면 숙소를 잡아 빨리 휴식을 하고 싶다. 계획대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벅찬 나는 어울림에게 의견을 물었다. 어울림은 내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고민 끝에 오늘 떠나기로 했다. 어울림에게는 하루빨리 매연과 소음을 뿜어내는 델리의 번잡함에서 벗어나는 게 좋을 것이다. 지사제도 현지 약으로 바꾸기로 했다. 약국이 문을 여는 4시까지 식사를 하고 시장에서 망고도 샀다. 게스트 하우스 안에 있는 '아비 여행사' 앞에서 함께 가게 된 한국 여행자 네 명을 만났다.


출발 시간은 5시였다. 여행사 앞에서 4시 30분에 모여 버스를 타러 가기로 했다. 시간은 흘러갔지만 모두에게 같은 시간은 아니었다. 시간은 객관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약속한 지점을 지나감에 따라 무관심한 표정 안에서 들키고 싶지 않은 그림자가 각자의 턱 밑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모두는 궁금해하거나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인디아는 기다릴 줄 아는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으니까. 시간은 어느새 5시가 다 되었다. 젊은 청년이 급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서둘러 우리를 데리고 버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는 바쁘게 가던 걸음을 멈추고 인원을 확인했다. 숫자를 확인한 그는 인원이 부족하다며 당황해했다. 잠시 우왕좌왕하더니 우리를 두고 사람을 데리러 가버렸다. 불길함과 불안과 짜증이 뜨거운 바닥의 열기를 타고 올라왔다.


한 명의 이스라엘 사람을 데리고 그가 돌아왔다. 그는 늦게 온 이스라엘 사람에게 원망의 소리를 공개적으로, 바쁘게 쏟아붓고는 다급하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버스를 탈 장소에 도착했다. 그는 다시 일행을 기다리게 하고 어딘가 급하게 다녀왔다. 그가 말했다. 버스는 가버렸다고... 모두의 표정과 기분은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했다. 그는 늦게 온 이스라엘 사람에게 모든 부주의와 책임을 양도했다. 얄미웠다. 지난 2000년 동안 예수의 죄 씻음이 유통기한을 넘겼다고 생각했는지 늦게 온 자를 골고다 언덕에 세워 나무에 매달려했다. 빌라도의 곤궁함과 책임 회피가 분명 그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게 분명해 보였다. 늦은 5시에 온 빌라도는 더 늦은 예수를 통해 자신의 손을 씻으려 하였다. 다른 것이 있다면 이 일의 수혜자는 인류가 아닌 자신 혼자라는 것이다. 더 얄미워졌다. 나는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나쁜, 때로는 나와 주변에 유익한, 내 오지랖이 급격하게 팽창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빌라도에게 말했다. "네가 늦어서 그런 거 아니야? 모이는 시간은 4시 30분이고 버스 출발은 5시잖아." 늦은 빌라도는 예상하지 못한 저항을 예상하지 않은 사람이 하자 당황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지켜보던 일행 모두는 이른 아침 창문을 열어 맑은 공기를 마신 듯 상쾌해 보였다. 그들은 표정으로 나를 응원했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파이터가 된 나는 정확하게, 공격적으로 다시 한번 말했다. "너는 5시에 왔어!"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더 늦은 예수에게 원망의 눈빛을 계속 보냈다. 그리고 내게 델리타임은 늘 그렇다고 말했다. 코리안 타임만 있는것은 아니었다. 내 혀와 입술이 잠깐 동안 꼼짝하지 못했다. 늦은 빌라도는 10분 후 다른 차량이 올 것이라 말했다. 나는 그를 압박하며 물었다. "정말 10분 뒤야?" 그는 강도를 만난 눈으로 나를 보며 주춤거렸다. 그리고 30분 후 라며 말을 바꿨다. 30분이면 한 시간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델리타임'이니까.


30분이 지났다. 그리고 얼마가 더 지났다. 기다리던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때 우리를 안내할 사람이 왔다. 우리는 그 사람을 따라 장소를 이동했다. 빌라도는 행방불명이다. 어디로 갔을까. 늦게 온 빌라도는... 나는 기대한다. 그는 오늘 퇴근 전, 자신의 보스에게 뺨과 가슴팍을 세게 얻어 맞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해고당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잠자리에 들 것이다. 찰싹! 퍽! 나는 눈을 질끔 감았다.





도착한 장소에는 다른 여행자들이 길 옆 인도에 늘어 앉아 있었다. 나는 차량이 미리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곳의 사설 버스 대부분은 수익을 위해 차량의 좌석을 모두 채우고 떠난다. 그러기 위해서 한 시간 정도는 델리타임의 가호와 용서 안에서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 여러 번의 경험은 귀납적으로 증명하기에도 충분하다. 어느새 의심은 확신이 된다.






기다린 끝에 버스를 탔다. 에어컨도 잘 작동했다. 침낭을 덮고 눈을 감았다. 좌석은 역시 몸이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만 최적화되어 있었다. 늦게 온 빌라도를 생각했다. 그가 안쓰럽지만 옹호해 주고 싶지는 않다.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연민이 밀려왔다. 누구라도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렇게 살아간다. 비난과 책임의 상속자를 찾는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거나 그럴 수 있다고, 정의롭지 않은 것이 정의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인 것이 정의로운 것만은 아니다.



버스는 덜컹거리며 달렸다. 몸이 들썩이고 머리통이 좌석에 부딪칠 때마다 감추어 둔 것들이 튕겨 나왔다. 나는 늦은 빌라도를 나의 사다리로 만들었다. 그를 밟고 올라서면 정의와 지성의 옥상에 다다를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부당하다 생각되는 것에 침묵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싶어했다. 드러내려 한 것이다. 늦은 빌라도가 더 늦은 예수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는 그를 나무에 매달려고 했다. 좌석은 점점 더 불편해졌다. 내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어도 일행 모두는 지금 이 버스에 타고 있을 것이었다. 좌석은 고문 의자로 변해갔다. 머리통에서 떨어진 것들이 발에 걸렸다. 부끄러워 눈을 뜰 수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오시는 분과 떠나는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