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지 못할 하늘은 쳐다 보기만...

by 아무개



뉴마날리 정류장 도착을 앞두고 버스가 정차했다. 승객 모두가 내렸다. 길이 대미지를 입어 작은 차를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지프를 타고 올드 마날리로 이동했다. 6명이 각각 50루피를 지불했다. 돈을 아끼려면 그냥 걸어도 된다. 거리는 2-3킬로미터 정도로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길의 상태는 버스가 다니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도 교통 비용의 추가 발생을 통해 지역 총생산을 높이려는 기특한 절차라고 생각되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식사를 했다. 어울림이 그 집 아들을 불편해하는 눈치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타이거 아이 게스트하우스에 방을 얻었다. 트리플 룸 500루피. 전기가 들어오면 온수로 샤워를 할 수 있다. 어울림은 파리를 잡아 거미줄에 매달아 놓고 거미의 반응과 움직임을 관찰한다. 언젠가 동물 조련사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거미를 조련하는 것도 좋겠다. 내 위장을 빼고는 모든 게 순조롭다. 패러글라이딩을 예약했다. 차량 이동 후 플라이 포인트까지는 말을 타고 가기로 했다. 어울림은 플라잉보다는 말을 타고 가는 것에 큰 기대를 했다.






다음 날.

8시 30분 숙소를 나왔다. 날씨는 맑았다. '구름 한 점 없는'하늘이 아닌, 하얀 뭉게구름이 떠있고, 그 뒤로 가깝게 혹은 멀리서 빛과 대기의 충돌로 퍼지는 파랑의 단순한 명암과 채도는 하루의 오전과 그 이후의 시간들까지 하나의 인상으로 남기기에 충분한, 화창하고 좋은 날씨였다. 잉글리시 베이커리에서 빵과 짜이 한 잔씩을 아침으로 주문했다. 어제 우리와 함께 가기로 한 여자 두 명과 여행사 사무실에서 만난 외국인 여자 한 명과 함께 지프를 탔다. 우리는 뒤쪽 짐칸에 타기로 했다. 이동의 순간들을 즐거움으로 채우고 싶었기 때문에 좌석의 불편함은 중요하지 않았다. 출발하고 십 분도 되지 않아 엉덩이 전체와 속옷까지 젖어버렸다. 앉은자리의 쿠션에서 물이 배어 나왔던 것이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 작은 축축한 방해가, 무심코 실수한 행위의 결과가 전체의 방향을 결정할 수 없지만 가끔은 오히려 더 훌륭한 평가를 받듯이, 화학실험 도중 물질의 새로운 특성을 우연히 발견하고 학계의 주목을 받아 명성과 지위가 높아지는 것과 같이, 생리 현상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사람의 축축한 뒷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주위에 민망한 미소의 거래가 활발하도록 하고, 그들의 즐거움이 나의 당황스러움으로 인해 시작되었음이, 결국 나에 대한 주목과 관심으로 이어져 내가 바라던 즐거움 이상의 시끌벅적한, 깔깔 거리는 웃음이 하늘의 구름처럼 떠다니는, 그런 시간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폭우로 길이 유실되고 강의 양쪽을 연결해 주던 철교가 무너져 내렸다. 붕괴된 곳에서는 도보로 이동해 공사구간을 통과한 다음 차량을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했다. 솔롱밸리에 도착하자 나는 바로 플라잉 포인트까지 타고 갈 말을 찾았다. 그러나 말은 없었다. 어울림의 표정은 실망과 함께 화가 뒤엉켜 일그러져 있었다. 말을 타는 것이 어울림에게는 목적이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과정이나 수단이 매력적일 때가 있는 법이다. 선뜻 어울림에게 말을 붙이기가 어려웠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타고 갈 말은 없었고 둘은 말이 없어졌다. 어울림의 감정이 전이된 나는 흥분하며 말이 없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이런 말장난 같으니라구. 어울림에게 그냥 돌아가도 괜찮다고 했다. 결정을 기다렸다. 패러글라이딩을 하기로 했다.


케이블카 탑승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500루피 지폐를 지불했다. 매표원이 목을 빼고 나를 바라본 뒤 돈을 다시 돌려주며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나의 명성이 모든 곳에 도달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식의 친절이나 배려는 부담이 된다. 나는 그냥 받으라고 다시 주었다. 괜찮다고. 그리고 이미 고마워하고 있으며 마음만 받겠다는 뜻으로 창구 넘어 깊숙이 지폐를 밀어 넣었다. 매표원은 고개를 저으며 절대 받을 수 없다는 의사를 담아 자신에게서는 더 멀리, 내게는 가장 가까이, 지폐를 밀어낸다. "노프러블럼, 노프러블럼!" 나는 조금 더 강하게 사양했다. 몇 번을 서로 돈을 되돌려 주며 고집을 피웠다. 결국 내가 양보했다. 내 뒷사람을 계속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 결국 다른 지폐로 바꾸어 지불했다. 인도에서는 지폐가 너무 낡았거나 찢어진 것은 받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 지폐는 찢어진 곳을 테이프로 붙여놓은 상태였다. 까다로운 사람들.


올라가는 길에 말을 타고 가는 사람들을, 아니 사람을 태우고 가는 말을 보았다.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우리보다 먼저 말을 타고 떠난 사람이 있었던 것이었다. 적은 수의 말안장은 아침 일찍 매진되어 버렸다. 포인트로 오르는 길은 사람 한 명이 밟기도 부족한 길이었다. 아직 마르지 않은 흙은 미끄러웠다. 박혀있는 돌들은 발굽에 쉽게 뽑히고 부서져 버렸다. 말은 미끄러지고 기우뚱거리며 위태로운 모습들을 보였다. 말에 올라 탄 사람들은 비명인지 즐거운 웃음인지 모를 짧은소리를 질러가며 떨어지지 않으려고 몸에 힘을 주었다. 아슬아슬한 장면이 주는 아쉬움과 함께 한 편으로는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내려갔다. 한 번 미끄러져 넘어진 뒤로는 말에 대한 아쉬움이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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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 중 어울림이 먼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는 자신의 몸이 공중에서 빠져나갈 것 같은 큰 하네스를 착용하고 높이 떠올랐다. 계곡의 한가운데를 이리저리 미끄러지듯 선회를 하고 다시 상승기류를 안고 빠르게 치솟아 올랐다. 부풀어 올라 팽팽해진 캐노피가 내 가슴을 활처럼 휘어지게 했다. 그가 하늘 위로 끝없이 올라가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그를 붙잡고 싶었다. 상승과 하강을 하며 긴 활공과 선회를 끝낸 어울림은 마침내 하늘이 아닌 땅 위로 사라졌다.












나는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종사들은 한 번의 활공을 끝내고 나면 바로 케이블카를 이용해 올라와 다음 사람을 태우고 떠난다. 한 번에 2~30분 이상 필요했다. 4명의 조종사가 소화하기에는 많은 체험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기다리기 시작했다. 순서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모르겠다. 도착 순서와 상관없이 뒤섞여서 활공이 이루어졌다. 우리 일행만 더디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어울림이 밑에서 기다릴 생각을 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일행들 모두가 차례차례 날아가고 나 혼자 남았다. 방금 도착한 사람들도 공간 속으로 떠나가기 시작했다. 한 시간... 나는 바닥에 편하게 않았다. 그리고 또 30분... 마음을 차분히 누그러뜨리려 노력했다. 또다시 얼마의 시간. 내 시선은 이미 창공이 아닌, 나를 기다리며 불안해하고 있을 어울림이 있는 지상의 어딘가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얼마 후 나는 마지막으로 공간 속에 던져졌다. 지상의 소리들은 순간 사라지고 공기의 빠른 흐름이 치고 지나가며 둔탁하고 날카로운 소리들을 펄럭이게 했다. 나는 내가 보던 공중에 떠있었다. 하늘에 있었다. 그러나 하늘은 언제나 내 위에 있다. 나는 도저히 하늘에 다가갈 수 없었다. 내가 있는 곳은, 내가 있음으로써 땅 위의 어느 곳, 어느 공간이 되어 버린다. 하늘은 항상 내 위에 멀리 있어야 하며, 그렇게 있었다.

우리가 하늘을 꿈꾸고 욕망하는 것은, 결코 잠시도 그곳에서 존재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 욕망과 기대와 희망이 삶의 시간들을 풍요롭거나 공허하게 한다. 어쩌면 불가능함을 알고 희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 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우리를 허망함으로 좌절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있는 곳은 하늘이 아니라 땅 위의 어디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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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착륙. 오래 기다린 어울림. 라면. 내일 '레'로 떠나는 미니버스를 예약. 1인당 1200루피 = 2400루피. 불법 복제 음악 cd 구입, 1100루피.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음악들이지만 얼마 후 유튜브가 신속하게 모든 것을 해결했다. 바시싯온천 방문. 물은 뜨거웠지만 탕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못한다. 많은 단백질 부산물들이 떠다니고 있다. 늦은 저녁. 맥주 한 병. 인터넷 카페에서 11시에 돌아왔다. 어울림 손목시계로 알람 설정. 2시간 30분 후에 일어나야 한다. 오늘은 일정을 바쁘게 소화했다. 많이 피곤하다. 그러나 차라리 잠을 자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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