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시간.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250루피.
수속을 마치고 탑승권을 획득? 했다. 출국장으로 가기 위해 소지품을 검색대에 올려놓았다. 어울림의 배낭을 가지고 탑승 할 수 없다고 했다. 크기가 작아 화물로 보내지 않았는데 가방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화물로 보내야 했다. 할 수 없이 어울림을 미리 보내고 나는 다시 화물 수속을 밟았다. 급하게 검색대로 돌아와 소지품을 검사받고 각각의 물건에 검인 도장을 찍었다. 모든 절차가 끝나고 탑승을 기다렸다.
"미스터 킴!... Mr Kim" 관계자들이 미스터 킴을 찾고 있었다. 나도 미스터 킴이다. 혹시 나? 했는데 역시 나! 였다. 엑스레이 검색대로 나를 데리고 갔다. 화물로 보낸 내 배낭이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내게 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가방 안의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주위의 사람들은 마약이나 폭발물을 기대하며 숨을 죽였다. 나도 바짝 긴장을 하고 있었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누군가 몰래 가방에 불법적인 물건을 넣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마리화나? 위조달러? 폭발물? 금괴? 금괴라면 그냥 귀국할 때까지 발각되지 말아야 하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뭔가 나오기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실망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널부러진 내용물을 정리하는 손만 탑승시간에 쫓겨 다급해졌다.
뉴델리에 도착. 지하철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택시를 이용하라고 했다. 내가 택시 기사들에게만 물어 본 것일까. 호객 행위에 짜증이 났고 지하철을 찾아 몇십 분을 그렇게 헤메 다녔다. 묻고 답하고 그게 아니라고 다시 묻고... '아 우라질' 우리가 도착한 곳은 국내선 터미널이었다. 그곳은 지하철이 없었다. 내가 의심 많은 멍청이라는 것을 그때 확실히 알 게 되었다. "노 메트로" 그 말을 신뢰했어야 했다.
택시 요금과 함께 주차비 80루피 추가. 뭐 아무래도 좋다. 뉴델리 역에서 하차. 하레라마 게스트하우스. 업그레이드된 에어컨 룸에 입실. 700루피. 이제 여행의 일정 중 남은 것은 쇼핑과 휴식. '히말라야' 화장품을 구입해야 한다.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몇 곳을 방문해 가격이나 분위기를 파악했다. 그리고 한 곳을 선택해 들어갔다.
노트를 펼쳐 구입할 품목을 하나씩 확인했다. 판매원은 제품을 찾아 수건으로 먼지를 닦아내며 유리 진열대 위에 올려 놓았다. 제품을 확인하고 숫자를 센다. "원, 뚜, 뜨리..." 품목과 수량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판매원의 표정과 목소리의 톤이 높아지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갑의 위치를 차지했다. 내가 들고 있는 수첩과 볼펜도 좋은 질을 뽐내며 도도해 졌다. 반면에 판매원의 메모지는 얇고 표면이 거칠었다. 나는 모든 면에서 갑질자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까다로운 모습을 보여야 했다. 제조일자를 확인하고 상자에서 제품을 꺼내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상표의 디자인이나 용기의 광선 투과율을 문제 삼고 싶었다. 설명서의 인쇄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대륙을 오가는 페르시아 상인이었다. 우아함과 고지식함을 보이며 명품을 골라내는 빛나는 눈을 가진 친절하며 단호한 그런 상인이었다. 한마디로 나는 '꼴값'을 떨었다.
열일곱 개의 제품을 골랐다. 두 개는 다른 점포에서 구입해야 했다. 그러나 최초의 문제는 최종의 단계에서 발생한다. 돈. 서로가 생각한 액수가 다르다. 나는 코리안 디스카운트 15%에 제품의 구입량에 따라 15%를 더 할인해 준다고 믿었다. 분명 내가 "모어르(more) 디스카운트"라고 말했고 그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고 나는 알아들었다. 그는 고민하는 내게 "애니씽 모어르?"만 되풀이했다. '친구야 내게 필요한 건 모어르 디스카운트라고' 냉정하게 돌아서? 그래야 협상의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내게 미련을 두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피곤하다. 서너 번의 계산과 검산을 끝내고 돈을 지불했다. 양손 가득한 나와 한 손 가득한 어울림이 나란히 걸었다. 어울림은 오늘의 협상이 만족할까. 어울림은 말없이 걸었다.
숙소에서는 완벽한 기하학과 질량을 고려한 퍼즐 맞추기가 계속되었다. 시간이 걸렸지만 완벽한 패킹!
자신에게 놀라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배낭을 번쩍 들어 올렸다. 휘청. 뭐 그래도 이 정도면... 도보 여행도 아니니까. 허리가 뻐근하다.
비행기는 하늘을 난다. 날개는 있지만 날갯짓은 없다.
구름은 위에서 보아도 구름 같다. 더 구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