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다.
그날은.
가을이 한창이었다.
이틀 후에는 군대를 전역한 내 아들의 생일이었다.
계절이 바뀔 때면 늘 찾던 산책길에 올랐다.
봄에는 벚꽃이, 가을에는 금빛 은행잎이
시인의 가슴을 선물하는 곳이었다.
잎은 옅은 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졌다.
괜시리 발로 나무를 툭 차 보았다.
은행잎이 떨어졌다.
잎은 어젯밤에도 떨어졌다.
여름의 그늘 자리에,
딱 그만큼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 밤에.
목숨들이 떨어졌다.
투두둑! 한꺼번에, 꺾이듯 떨어졌다.
투명하게 빛나던 세계들이.
죽었다.
사라졌다.
158 개의 세계가 사라졌고,
사랑해서, 미안해서, 슬퍼서.
안간힘을 쓰던 푸른 세계가 스스로 사라졌다.
159 번째...
죽음은 슬픔이 되지 못했다.
애도가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입김으로 흩어져,
사람들의 머리 위를 떠돌고 있다.
빛이 얼어붙었다.
바람은 녹슬어 버렸다.
분노가 길을 찾았다.
나는 왜 애도를 하지 못하고,
분노의 등에 업혀 잠들었는가?
이제는 내놓아라!
내 슬픔을.
통곡을.
애도의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