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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Apr 27. 2023

부모에 대한, 부모로서.

부모가 뭐라고...

그들은 나를 무엇으로 보는 것일까요?  자식이라서 그러는 걸까요? 자식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들은 나라는 자식을 원했을까요? 그렇지 않아서 원하던 자식의 모습을 내게 강요하게 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나는 내가 원하는 부모에게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걸까요? 나는 태어나는 것도 내가 원하지 않았으며, 어떤 부모를 갖게 해 달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 관계는 이상합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조금은 위로가 될까요? 그러나 어떤 자궁과 고환에게 우연에 대한 책임을 미루고 유전자의 대물림에 나의 존재를 막연하게 맡길 수는 없습니다.




나는 누구도 내 편지지에 글을 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문장이나 진리의 단어라 해도 의미 없이 끄적인 나의 낙서만은 못합니다. 그것은 나의 공간이며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빈 공간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은 나의 깨끗한 지면에 그럴듯한 것들을 쓰려고 눈을 번뜩입니다. 나의 지면은 누군가의 글들로 채워지고, 마침내 공간은 부서집니다. 그들은 알차게 채웠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다짐과, 반성과, 적당한 만족과 무의미함이 누려야 할 자리는 탈취당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옳지 않은 일입니다. 침략입니다.


누구도 자신을 대신할 수 없고 어떤 것도 강요해서는 안 되며, 무슨 이유로든 상대를 욕망의 흑기사라 믿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더불어 나도, 내게 바랍니다. 아이들과 다른 이들의 지면에서 펜을 거두고 나의 공간으로 돌아오기를. 쓰던 이야기들은 나의 편지지에 천천히 쓰기를. 다른 이들의 이야기는 좁은 창을 통해 읽는 것에 만족하고, 그들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기를. 나는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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