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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Jul 13. 2023

넌 특별하지 않단다.



우리는 정말 특별할까?






모든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는 물질은 화학적으로 같습니다. 한편으로 우리는 모두가 다릅니다. 더불어 인간 스스로 다양한 조건을 근거로 구별 짓고 분류하기를 좋아합니다. 지역, 언어, 성별, 피부색 외에도 소속 집단의 문화와 그 관계망 안에서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와 학력, 직업, 재산은 물론 혈액형이나 취미도 구별의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수많은 구별의 기준이 또 다른 공통의 덩어리로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구별되는 개인들은 각자가 고유한 세계를 형성합니다. 그 세계는 상대적 가치를 갖지 않는 유일한 것입니다. 때문에 서로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유일하다는 사실은 절대적인 만족감을 줍니다. 그러나 이 만족은 존재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은폐되거나 사라지게 됩니다. 삶은 상대적인 세계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대상 역시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과 함께 말이죠. 인식의 근원은 대상으로부터 나옵니다. 나와 나 이외의 것으로 나누어져 있을 뿐입니다. 


만약 특별하다는 것이 다른 대상과의 비교를 통해 주장될 수 있는 것이라면, 사람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중요하다거나 소중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도 따지고 보면 무엇 '보다'라는 전제가 주어집니다. 그래서 유일함은 어떤 상태 보다 절대적이지만 사람은 스스로 유일하다는 사실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사람들 각자는 다른이 보다 특별해지고 싶어 합니다. 동시에 공통의 문화나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에 소속되기를 원합니다. 우월감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는 한편, 신체의 안전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보통의 존재를 함께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욕구는 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 경계하고 밀어내는 관계입니다. 그러나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나쁜 형제와 같습니다. 


존재의 시작에는 이유가 없어도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의미는 어떤 현상이나 말을 포함한 행위에 담겨 있는 가치를 말하는 것입니다. 가치는 수많은 관점과 형태로 의미 안에 담기게 됩니다. 비가 우산 장수와 농부에게 서로 다른 가치를 갖는 것처럼 말입니다. 비는 두 사람에게 다른 가치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개인의 삶은 가치를 탐색하고 만들어가며 지속됩니다. 그리고 그 가치가 의미 있는 것이 되려면 다른 사람의 그것과 구별될 수 있어야 합니다. 특별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하찮은 것, 극히 작은 것의 차이를 찾거나, 만들려고 합니다. 그 작은 차이가 스스로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것만이 개인에게 고유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하다고 믿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믿으면 됩니다. 우리는 아주 작지만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별하다는 것은  외계인의 무리에 내가 홀로 있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우리가 원하는 특별함이나 차이점은 전혀 다른 성질의 무엇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별함은 보편성의 바닥 위에서 아주 작은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며, 그 작은 것에 대한 욕구가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것으로 여겨질 뿐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유전학적으로도 극히 미세한 부분만 다르다는 것으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거의' 같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으며, 완전히 같다는 것은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것이 되지 못합니다. 



인간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이 위대한 특별 프로젝트는 이미 완성된 지 오래입니다. 모두는 이렇게 서로 말하고 등을 토닥입니다.'넌 특별하단다'라고. 더 나아가 사피엔스 이외에도 지상의 모든 것에 유일한 가치를 두기도 합니다. 오래된 유적과 유물, 고릴라나 흰코뿔소처럼 위기에 처한 생물과 기후와 하늘과 바다 생물과 빙하나 돌덩이까지, 모두 특별한 지위를 얻었었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특별하기에 더 이상 특별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 모든 것은 똑같이 동등하게 특별한 지위를 갖습니다. 따라서 어느 것도 상대적 특별함은 없게 됩니다. 우리 자신은 전혀 특별하지 않습니다. 


다만, 무엇이든 특별한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만이, 우리에게 특별한 것일지 모릅니다.



오랜만에 묵은 생각을 빗줄기에 흘려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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