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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Aug 17. 2023

너의 화양연화


어떠한 말에도 응대하지 않고, 내 시선과의 거리를 더 멀리하며 지나가는  좁은 어깨의 새침함이 척추를 따라 계곡을 만든다. 차갑고 옅은 보랏빛 기류가 계곡에서 휘돌며 뒤를 쫓는다. 


말하지 못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들을 구분하지 않는, 그 단순한 우울은 어느 것도 방문을 허용하지 않는다. 순도 높은 감정은 한없이 지속될 것이다. 손잡이를 돌리는 짧은 순간에 방안은 이미 진공이 되고, 모든 것은 빨려 들어간다. 긴장.


곱게 빗어 넘긴 머리를 야멸차게 조여 묶고, 거울 쪽으로 돌린 한쪽 어깨 끄트머리는 매무새를 살피는 시선과 영원히 교차하지 않는다. 교만한 자아도취와 날카로운 자기중심이 반짝 빛나며 충돌한다.


허리 쪽으로 좁아진 봉재선은 자부심 넘치는 무게를 날렵하게 골반쪽으로 흘려보내고, 뒤꿈치를 타고 곧게 올라오는 종아리의 긴장과 만난다. 도도한 경련이 파르르 인다. 


이마에서 내려와 확장된 빛이 코망울 끝에 맺혔다. 속눈썹은 그늘을 참을 수 없다. 검은빛으로 낱개의 그림자만 허락한다. 끝이 하늘을 향한다. 건방지다.


중력은 법칙이 될 수 없다며 위로 향한 입꼬리는 긍정이 아닌 적당한 불만족과 반항의 가시를 물고 있다. 자신 최우선 주의를 표방하는 아랫입술은 차분함을 뱉고 불타는 얼음을 삼킨다. 조급하고 냉랭하다. 


삐딱하게 세상을 압박하는 아래턱. 팽팽하게 긴장한 목근육과 실핏줄은 턱을 지탱하며 쌓인 피로가 자랑스럽다. 쇄골의 우물로 그림자를 감추고 일부는 승모근에게 그 피로를 나누며 내뿜는 의지.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이등변 삼각형의 꼭짓점. 수학적 엄격함으로 감싼 옷깃과 재단사의 묵은 선들을 거부해야 하는 운명. 도덕적 거미줄이 신체의 곡선과 자유를 억제하고, 곡선은 욕망과 함께 저항한다. 갈등.


타인의 눈까지 멀리 던져지는 그 아름다움과 매력. 모든 것의 결핍에서 오는 불안과 초조가 그녀의 눈꼬리에서 지쳐있다. 변화의 시기가 깊어져 절정을 향한다.


틈을 찾고, 틈을 비집고, 틈이 없으면 전체에 배어 나오는 분비물. 진하고 투명한 진액이 방울방울 맺힌다.

넘치는 것, 과한 것은 열망보다는....  변덕.


그리고 변화. 

찬란히 빛나는 

지금이, 너의 화양연화.



변덕.

나이 오십에는 이러한 것들이 천박하고 무지한 분별없음으로, 사람들에게 침을 뱉게 하고 주먹과 발길질을 더하게 한다. 

그러나 그 보다 어리다는 이유로, 새롭고 존중할 수밖에 없는 도도함으로,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무릎 아래에 나의 머리를 두고픈 복종을 샘솟게 하고, 외면할 수 없는 가냘픈 저항과 투정이 즐겁다.

 

그가 열여섯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내 눈과 가슴과 혀끝에서 숭배의 노래만 부르게 한다.


열여섯의... 딸이라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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