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rabooks Jul 21. 2020

우리 부부의 은퇴 4개년 계획

내 나이 서른다섯에 맞이할 미니 은퇴

우리 부부는 내가 두 살 더 많은 연상 연하 커플이다. 남편과 나는 둘 다 회계 쪽 일을 한다. 나는 일을 시작한 지 6년 차, 남편은 이제 갓 6개월을 넘겼다.


부부가 되면서 우리는 재정계획우리의 미래를 설계할 때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됐다. 사회생활을 몇 년 일찍 시작한 나로서는 이미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재테크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상태였지만 남편은 재테크보다는 우선 경제활동을 시작하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내가 꿈꾸는 '경제적 자유'를 남편에게 이해시키고 같이  합심하게끔 만드는 데 오랜 설득작업이 필요했다.


남편은 지금을 즐기지 못하면서 '희생'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다, 게다가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나의 마음 속도가 너무 급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남편이  직장으로 프랑스 회계 법인으로 입사를 했고,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하루는 그가 내게 말했다. '매일 같이 출퇴근하는 삶, 너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경제적 자유를 위해 제대로 준비하자'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나 혼자보단 둘의 마음이 합쳐지면 더 빠른 속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바로 감지했다. 그리고 바로 그날부터 4개년 계획 짜기에 돌입했다. 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이미 짜둔 플랜 안에 남편을 넣는 데 성공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첫째, 우리 가정의 재무구조를 파악하자

한 가정을 회사라 생각하면서 엑셀을 이용한 재무제표를 만들어본다. 우리 집의 자산과 자본 부채를 상세하게 적어 내려 간다. 이때, 자산은 자본과 부채의 합과 같다. 노동 수입을 포함한 부동산 혹은 주식 등 자산까지도 세세하게 기록한다.


특히 회사로 따지면 매출에 해당하는 고정수입(혹은 변동 수입)을 월별로 만들어 순수입을 예상한다.

만약 자산에서 발생하는 배당금 같은 자본소득이  있다면 그것까지도 적는다.


그리고 월 비용을 계산한다. 고 정비과 변동비까지 항목을 나누어 적는다. 고정비에는 대출금, 공과금, 보험료, 통신비, 교통비, 생활비 등등의 항목을 포함시키고 변동비에는 휴가비용, 선물비용, 경조사 비용 등 예상치 못하게 발생할 수 있는 금액을 미리 잡아둔다.


매출-비용= 이익

이렇게 우리 집의 이익 구조가 파악이 된다면 다음 단계는


둘째, 이익의 100프로는 저축이다

이렇게 부부의 매출과 지출을 파악하면 남는 건 바로 저축 가능 금액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의 머릿속에는 월급이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저축을 하는 '센서'가 작동하게 된다.

중요한 건, 위 단계에서 변동비용을 책정할 때 여유를 두는 것이다.


너무 빡빡하게 재정을 운용하다 보면 가정은 삭막한 공간으로 바뀔 수도 있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식사하기, 친구들과 추억 쌓기, 힐링 장소로 바캉스 떠나기 등 삶을 윤택하게 만들 경험에도 충분하게 비용을 따로 빼둬야 저축을 하는데 탈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혼자보다는 둘이 힘을 합하면 속도는 두 배 빨라지고 계속 탄력이 붙는다. 저축은 투자를 하기 위한 전초전이다. 총알이 쌓일 때까지 오래 기다리지 않고,  일정 금액이 차면 바로 투자할 태세를 갖춘다.


셋째, 가장 좋아하는 투자방법을 고 바로 실행한다

노동 소득의 안정을 갖춘 다음 우리만의 소득적 수입의 파이프 라인 구축에 들어가기로 했다. 학생 때나 직장인일 때나 용돈이 크게 늘지 않는 선으로 정했다. 또한 월급이 올라도 한 달 생활비는 크게 변동하지 않을 만큼 기본적으로 소비를 통제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차곡차곡 쌓이는 저축액들로 각자 투자를 진행했다.

지금의 자본금으로 투자를 시작했을 때 5년 뒤, 10년 뒤 복리로 불어나 있을 것을 상상하며 원하는 투자 수익률을 맞추고자 공부를 병행한다.


서로 취향애 맞게끔 투자 종목을 고르기로 했다. 때론 같이 때론 각각 다른 방식의 투자를 진행하지만, 서로 대화할 때는 지금 시장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가장 관심을 가졌다.  우리는 회사의 재무제표를 이야기하거나 최근에 바뀐 CEO의 성향을 파악하거나, 앞으로 시대가 어떻게 변할지 이야기를 하며 저녁시간을 보내곤 했다.


넷째, 세미나에 참가해서 같이 꿈을 이룰 동행을 만나자

같은 나이 또래라도 관심사가 모두 갖지는 않다. 아무리 투자를 이야기 하더라도 각자만의 방식도 달라서 가끔은 대화가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열거하는데서 그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비슷한 투자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가서 만나는 편을 선호한다.


서로 정보도 주고받고, 서로에게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는 동행을 만난다. 10년 정도를 내다보고 현재에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을 보며 자극을 받기도 하고, 가르침을 얻기도 한다.



4개년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우리 둘만의 비밀로 간직하다 4년 뒤에 '짠'하고 밝히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이 계획을 짜기까지 여러 해 노력의 들어있기도 하다. 지난 3년간 '시장', '경제', '돈'에 관한 책을 꾸준히 읽었고, 어느 임계점을 지나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맞는 투자법을 찾아냈다.


그래서 이제는 배운 것을 토대로 실행에 옮기는 단계에 이르렀고, 원래 나의 성향대로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밝히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데 필요한 부부의 행동가짐은 공유를 하고 싶었다.


한 배를 같이 탄 부부가 '같은 가치관'을 정립했을 때 낼 수 있는 시너지는 상상한 것 이상이었으니까 :)

작가의 이전글 프랜치 아침 식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