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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books Jul 17. 2020

프랜치 아침 식사

바게트에 버터 그리고 잼의 조화

프랑스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아침메뉴의 조합은

viennoiserie (비에노아즈히-빵 중에서도 버터, 우유, 설탕이 들어간 부드러운 빵 종류)에 커피다.


이를테면 크로와상, 빵 오 쇼콜라, 빵호헤장(건포도빵), 빵 오자멍드(크러 와 상에 아몬드가 올라간 빵), 브리오슈, 쇼 송오 뽐므(애플파이)등이다. 그리고 커피는 단연 에스프레소를 가장 즐겨먹는다.


오늘은  문득 프랜치스러운 아침을 먹고 싶었다.


평소에는 바나나 하나 커피 한잔으로도 충분하지만 오랜만에 먹고 마음이 가득했다. 부드러운 빵을 제쳐두고 오늘 아침에는 담백한 바게트에 무염 버터 그리고 딸기쨈의 조화가 생각났다.


무슨 맛일까?


상상하는 바로 그 맛 맞다.


상상에 전혀 빗나가지 않는 아주 평범한 맛. 바게트라 겉은 딱딱한데 내용물은 부드럽고 버터와 잼이 섞이며 적당히 단맛이 난다. 거기에 쓴 아메리카노 한 모금이면 아침 한 끼로 든든하다.


특별할 것 없는 아침이지만 왠지 특별해진 것만 같은 일상이다. 평소보다 한 시간이 빠른 출근에 길은 더할 나위 없이 한적했고, 날씨는 초가을 날씨라 선선했다.

아니 춥다고 할 정도로 여름 날씨치곤 쌀쌀했다.


햇빛 알레르기가 얼굴에 생긴 뒤로는 이런 울적한 날씨가 참 고마워졌다. 해 뜰 날만 행복한 게 아니라, 울적한 파리의 날씨까지도 (조금 과장을 해서) 사랑하게 되었다. 회색빛 도시를 6개월 내내 견디고 있자면 너무 힘들어서 다른 곳으로 떠나겠다고 매번 겨울마다 노래를 불렀던 내가, 이토록 잿빛 날씨가 좋아질 줄이야 상상이나 했던가.


쌀쌀하고 우중충한 날씨는 때문에 텐션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침 메뉴를 정해놓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잠시 빼두니 카페에서는 드뷔시의 달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8년 전 처음 마주했던 파리보다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은 후 마주한 파리가

더 좋다. 이젠 겉도 속도 이해하는 사이가 되었다.

(너는 매우 달랐지)



보면 볼수록 좋은 나의 도시,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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