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에 여전히 '저 책 읽는 거 좋아하는데요'라고 답하는 사람 여기 있다. 괜히 고리타분하고 진지하며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인식될까 상황을 보면서 독서광인걸 밝히지 않을 때도 있다. 아니 왜 독서가 취미라는 걸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굳이 독서가 취미라는 걸 밝히지 않아도 이제는 괜찮다.
그러다 우연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 몇 마디만 나누어도 책으로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지인들에게는 항상 더 좋은 책들을 더 많이 알려주고 싶다. 한국 책이든 외국책이든 상관없이 알리고 싶은 책은 나의 인스타 계정(@aubarparis)에 공유를 한다. 그렇다고 읽는 책 전부를 공유하지는 않는다. 읽은 책 중에 꼭 알려야겠는, 보물 같은 책만 공유한다. 먼저 읽고 큰 기대에 못 미치거나, 여운이 없는 책은 걸러진다.
그렇게 좋은 책을 읽고 변화했거나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 우리 인생 더불어 사는데 나 혼자만 행복하다면 무슨 의미인가.
그런 나만의 소소한 취미에 모터를 달아준 사람이 있다.
당시 나는 하고 있던 업무에 권태를 느끼고, 무력감을 느꼈었다. 새로운 걸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마침 구세주처럼 손을 내밀었다.
우리 카페에 큐레이팅 한 책을 진열하고 싶은데, 소라 네가 해보지 않을래? 아무래도 책을 너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이런 멋진 프로젝트를 내가 맡을 수 있다니. 마치 츠타야 서점의 큐레이터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큐레이팅에 관한 책을 두루두루 섭렵했다. 분기별로 사람들에게 소개할 책을 선택하기 위해 생각나는 책마다 메모를 해두곤 했다. 카페의 분위기와 각 공간의 테마를 다르게 정해 소개하는 책도 다르게 진열하기로 했다.
책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엑셀 작업이나 파워포인트 작업도 했지만 뭔가 정감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아날로그 감성을 살려 손으로 책 모양을 그려 넣고, 제목과 부제도 손으로 써넣었다.
그렇게 신나게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데 갑자기 코로나가 덮쳤다. 기약 없이 늦어졌지만, 이제는 다시 프로젝트를 시작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다.
책을 사랑하는 덕후
책을 통한 만남을 애정 하는 덕후
사람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싶어 안달 난 덕후
같이 발전하자며 책 읽자고 꼬드기는 덕후
글쓰기를 좋아하는 덕후
책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카페의 큐레이터가 되는 기회가 생겼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곳은 파리에 처음 생기는 '한글 책방'이 된다.
테마별로 책을 고르는 일, 배치하는 일, 포장하는 일,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을 건네는 일, 고민 있는 사람에게 책을 건네는 일, 책 한 권으로 사람의 인생이 바뀌는 일, 책으로 치유하는 일.... 등등이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