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늦은 오후 브런치를 먹으러 남편과 집을 나섰다. 두시가 넘은 시간이니 사람들이 적을 거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우리 앞에 네 팀이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시국이어도 브런치가 다들 먹고 싶긴 했나 보다. (우리를 포함해서..)
점원이 우리에게 기다리기 싫다면, 바로 꽁뚜와 (Comptoir)에서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발이 땅에 닿고 마주 보며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아니라, 바 테이블처럼 긴 탁자와 높은 의자에서 먹는 그곳을 꽁뚜와라 부른다. 모두들 테이블에서 먹으려 하는지 한참을 기다렸다. 배가 많이 고팠던 우리는 바로 꽁뚜와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다리가 좀 안 닿으면 어떠한가. 맛만 있으면 된 거지."
공공기관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벌금을 낼 수도 있다. 불편하지만 밥 먹을 때만 좀 벗고 , 그 외에는 항상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내일이면 2주간 휴가를 시작하는 남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소 같으면 원래 생각해둔 다른 유럽의 목적지로 바캉스를 가기 위해 여러 달 전부터 고심했겠지만, 이번만큼은 안전하게 프랑스에 머물기로 했다. (정말 안전한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국경은 넘지 않기로 다짐했다)
몇 달 동안 집에만 갇혀 지낸 게 힘들었는지, 프랑스 사람들은 일찍부터 바다를 찾아 북쪽 브레따뉴 지방이나 남쪽으로 떠났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기차를 타고 보르도로 가자고 정했는데, 떠나기 전까지도 계획이 계속 바뀌고 있다. '어디가 됐든, 떠나자. 그리고 비우고 오자'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브런치 집에서 타이 샐러드와 펜케익 그리고 스콘까지도 맛있게 먹고 골목골목마다 다시 연 상점들을 둘러봤다. 사람이 하나도 없는 서점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사람이 가득 찬 빵집에 들어가 빵 도사고. 조금씩 파리의 예전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골목 귀퉁이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시원하게 아이스 바닐라 라떼와 마차 라떼를 주문했다. 사장님 부부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데, 마침 프랑스인 남자 사장님이 한국에서 4년 반이나 살았다고 하셨다. What a small world!
파리의 7월과 8월은 한산하면서도 해가 길어 파리를 즐기기에 가장 알맞은 시기이다. 한 템포 늦춰가면서 상반기 동안 열심히 달려온 우리 부부에게 충분한 휴식을 선물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