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J의 취향

음식의 취향

따끈따끈합니다.

by 리욘


흔히 삶의 문제를 두고 ‘먹고사는 문제’라고 이야기할 만큼 먹는 행위는 우리의 삶에 있어 기본 중에 기본이고, 이 기본적인 욕구가 우리를 매우 행복하게 만들어 주곤 한다. 우리가 하루에 3끼를 먹는다 치면 일주일에 21끼, 한 달이면 63끼, 일 년이면 756끼를 먹는 것인데 여기에 간식이나 야식까지 포함한다면 우리는 정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먹는 행위에 쏟아부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먹지 않고서는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운명을 타고났기에 반복되는 '삶'과 반복되는 ‘먹기’ 속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음식을 나눠 먹는 것만큼이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또 있을까?

얼마 전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그가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에 대해 떠올려 본 적이 있다. 그는 메가톤바 아이스크림을 좋아했고, 오징어 땅콩 과자를 좋아했다. 물론 과자뿐 아니라 마른오징어 몸통을 길게 쭈욱 찢어 그 안에 땅콩을 넣고 돌돌 말아 한 입에 먹는 걸 매우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나는 남편에게 만약 내가 먼저 죽는다면 어떤 음식을 보면서 나를 떠올릴 것이냐 물어보았다. 1초 만에 나온 그의 대답.
“당연히 빵이지, 이 빵순아.”

어릴 적 내가 기분이 썩 좋지 않거나 몸이 아플 때면 아빠는 빵이 한 아름 들어있는 봉지를 끌어안고 들어오셨다. 그 봉지 안에 내가 좋아하는 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일이었지만 여하튼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슬플 때나 아플 때나, 사실 기쁠 때도 별일 없이 잘 살면서도 빵을 즐겨 먹는다.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나만의 음식, 음식의 취향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빵을 더 맛있고 더 건강하게 먹고 싶은 욕심에 베이킹까지 시작했다. 마치 살아있는 듯 부풀어 오르며 발효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오븐 안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막 나온 따끈따끈한 빵을 빨리 먹고 싶어 입속에 쑤셔 넣다가 입천장이 까질 때에도, 누군가 내가 만든 빵을 먹으며 맛있다고 말해줄 때에도, 내가 좋아하는 빵은 이제 먹는 행위를 넘어 더 다양한 방법으로 내게 기쁨을 가져다준다.

가끔 생각해 본다. 내가 나이를 더 먹고 또 먹어 머리카락이 밀가루처럼 새하얀 할머니가 되었을 때에도 손자에게 따끈따끈한 맛있는 빵을 직접 구워주는 멋진 할머니로 늙고 싶다고. 또 내가 더 나이를 먹고 또 먹어 한 줌의 밀가루같이 세상에 뿌려지고 사라 없어지더라도 남아있는 이들은 나를 따끈따끈한 사람으로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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