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습니다
아무리 책을 들여다보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막상 현장에 서면 모든 것이 낯설고 버겁기만 하지요. 해야 할 일은 끝이 없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던 순간들. 저 역시 신규 간호사 시절엔 그랬습니다.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습니다. 환자 상태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는데, 선배의 지시가 연달아 쏟아지고, 물품은 찾기 힘들고, 머릿속은 하얘지고…. 그러다 지적을 받으면 속상하고, 혼자 울컥하는 날도 많았어요. 그 시절 제 모습은 늘 ‘조금 부족한 사람’ 같아 보였고, 자존감도 바닥을 치곤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조금씩 경험이 쌓이면서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신규 선생님들의 서투른 모습을 볼 때마다 제 지난날이 겹쳐 보입니다.
“아, 나도 저랬었지…”
그렇게 스스로를 돌아보며, 그때의 저를 다독여 주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오늘은, 예전의 제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지금 막 첫발을 내딛은 신규 간호사 선생님들께 전하고 싶은 작은 조언을 적어보려 합니다.
간호사들끼리 오가는 언어는 대부분 의학용어입니다. 처음엔 그 말들이 전혀 낯설고 어려워 들리지도, 이해되지도 않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작은 메모장 하나를 들고 다니며 모르는 용어를 적고 퇴근 후 정리하다 보니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dry weight’, ‘EPO’, ‘CKD’… 그 단어들이 더 이상 암호처럼 느껴지지 않던 순간, 일의 흐름도 달라졌습니다.
병원은 팀워크로 돌아가는 공간입니다. 그 시작은 바로 인사입니다. 처음 출근하던 날, 긴장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 작은 인사 하나가 동료들에게 마음을 열게 하고, 관계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신규 시절, 사실 가장 큰 난관은 업무가 아니라 ‘물건 찾기’였습니다. 거즈, 주사기, 앰부백… 선배는 서둘러 달라 하는데, 어디에 있는지 몰라 허둥대던 순간이 참 많았습니다. 그러다 조용한 시간대에 물품실을 한 바퀴 돌며 눈으로 익히고, 작은 메모를 만들어 두니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업무의 절반은 ‘찾기’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모든 일이 다 중요해 보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간호 업무는 우선순위가 생명입니다. 기록은 조금 늦어도 괜찮지만, 환자의 상태는 바로 확인해야 했습니다. ‘무엇이 더 급한가’를 묻는 연습을 하다 보니, 조금씩 판단이 선명해졌습니다.
누군가는 빠르고 침착하게, 누군가는 세심하게 환자를 살피는 모습. 선배들을 지켜보며 배운 것이 참 많습니다. 그들은 타고난 게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 자리에 서 있던 것이었죠. 그래서 저는 종종 용기를 내어 물었습니다.
“선생님, 이건 제가 아직 잘 못하는데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까요?”
그러면 선배들은 언제나 진심 어린 조언으로 답해주었습니다. ‘나도 그때는 그랬어’라는 공감과 함께.
신규 시절은 누구에게나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실수도 많고, 혼나기도 하고, 스스로 부족해 보일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내느냐에 따라 이후의 길이 달라집니다.
저는 그 시간을 버티며 깨달았습니다. 작은 인사 하나, 작은 메모 한 줄, 선배의 한마디가 결국 제 성장을 만들어주었다는 것을요.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오늘은 조금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져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언젠가 당신도 또 다른 누군가의 든든한 선배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낯설고 버거운 지금 이 순간을 지나고 있는 모든 신규 간호사 선생님들께, 따뜻한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