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 그리고 손을 놓아야 하는 순간들

결국 나와 평생을 함께하는 사람은 나뿐이다

by 오든

인간관계는 결국 시절인연이다.

곁에 있던 사람도 언젠가는 떠난다.

한때 같은 길을 걸어주던 사람도 어느 순간 다른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가치관이 달라지고, 평생을 함께하자던 사람에게서 배신을 맛보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은 남과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
끝내 나 자신과 동행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가 있었다.
“늙어서도 함께하자”는 약속을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던 사이였지만
그 관계에도 결국 끝이 보였다.
정든 만큼 무너지는 소리도 크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연인 관계도 다르지 않다.
서로 없으면 못 살 것 같던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고,
결혼을 해도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드러난다.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흔들리면서
우리가 믿었던 ‘영원’은 생각보다 쉽게 금이 간다.

가족도 완벽한 존재는 아니다.

부모 역시 언젠가는 떠나며
가족이라 해도 상처를 줄 수 있다.
오히려 가장 큰 상처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존재에게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무심하게 던진 말이 독이 되기도 하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감내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속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이라 해도 나를 소모시키고 짓누르고,
내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그 관계 역시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가까움은 결코 상처의 정당성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주는 사람들을 정리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느낀다.
많은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를 소모시키는 관계를 내려놓는 용기가 더 필요하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나는 한 친구에게 정말 많은 것을 주고 있다고 느꼈다.
그 친구가 힘들 때 기꺼이 손을 내밀었고,
사소한 부탁 하나쯤은 서로 나눌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내 작은 부탁 앞에서
그 친구는 쉽게 등을 돌렸다.

내가 주었던 마음의 무게와
상대가 나에게 쏟은 마음의 크기가
애초부터 다르다는 걸 그 순간 깨달았다.

상대가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순간,
그 관계의 의미는 자연스럽게 질문이 된다.
“나만 이 관계를 소중하게 여긴 건가?”
한쪽만 주는 관계는 오래갈 수 없다.
‘내가 놓으면 끝나는 관계’라는 생각이 들면
그 관계는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

살다 보면
사람을 정리해야 하는 순간이 수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나는 그런 순간마다
힘들지만 결국 그 손을 놓아 왔다.

그렇게 손을 놓고 나면 내 삶에서 나를 지켜야 할 사람은

결국 나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구도 평생 나를 대신해 살아주지 않기 때문에
내 마음을 지키고, 내 감정을 돌보는 일이
가장 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을.

사람을 떠나보내는 건 아프지만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도 결국 나의 몫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결국 평생을 나와 함께하는 단 한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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