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어 봉사활동을 하다 우연히 제이를 다시 만났다.
“○○중학교 나왔지? 나 기억나?”
말을 걸었지만 제이는 잠시 나를 보더니 말했다.
“응. 근데 잘 모르겠는데...”
십 년이나 지났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제이는 덧붙였다.
“중학생 때 기억이 잘 안나. 너무 힘들었어.”
기억나지 않는 게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너무 괴로우면 기억을 지워서라도 자신을 지킨다는데
제이도 그랬을까.
나는 그때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 사과가 제이를 위한 것이었는지
내 마음을 위한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혹시 그 사과가 지워진 상처를
다시 건드린 건 아닐까 생각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사과는 오래도록 덮어둔 침묵을
처음으로 꺼내어 마주하게 만들었다.
그 침묵을 아직 완전히 용서하지 못했지만
더는 외면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