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아재
기타 베이스 듀오 앨범을 녹음하다

프롤로그

by 김현부

지난겨울, 생각만 하던 앨범을 녹음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재즈 앨범인데 들어보면 '이런 것도 재즈구나?!' 정도가 아닐까 싶다.


흔히 '재즈'라고 하면 미국 노래 예를 들어 Fly me to the moon이나 Autumn Leaves 라는 곡을 가수와 피아노, 드럼과 같은 악기로 연주하는 것이 먼저 떠오를 것이겠지만, 사실 재즈라는 장르는 흘러간 유명한 노래들이나 당시 유행하고 있던 노래들을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유행하고 있는 리메이크나 커버의 원조가 재즈이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재즈 음악 연주를 공부했고 미국산 재즈나 남미산 재즈를 연주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고 의미가 있었지만 이 노래들은 내 몸에 촥! 감기는 그런 매력은 없었다. 나에게 촥~ 감기는 그런 노래는 역시, 누가 뭐래도 내 학창 시절에 즐겨 듣던 노래들, 언제든지 입으로 흥얼거릴 수 있는 그런 노래들이었다. 그게 팝송이든 가요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나는 내가 좋아했던 그리고 지금도 좋아하는 노래들을 연주해 보고 싶었다. 예를 들어, 김광석이라든지, 이문세라든지, 유재하라든지 하는 가수들이 부른 곡들이다. 이왕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연주하려니까 내가 듣고 싶은 스타일로 연주해 보고 싶었다.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그런 스타일로 말이다.


나는 헤비메탈을 연주하며 음악을 시작했다. 헤비메탈을 특별히 좋아해서가 아니라 내가 음악을 시작할 당시의 음악이 헤비메탈이라 딱히 선택의 여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당시의 에너지와 헤비메탈은 멋지게 어울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호흡이 느려지면서 조용한 음악이 편해졌다. 그래서 내가 듣기 편한 조용한 스타일로 연주하기로 했다. 'DIY BGM'이라고 해야 하나?


노래가 있으면 좋겠지만 노래가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목소리에 집중하게 되어 음악에 과도하게 몰입될 필요가 없는 백그라운드 음악으론 좋지 않다. 책을 읽거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음악이 있네?' 할 정도로 편하게 음악을 들으려면 그래도 노래가 없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았다. 드럼 역시 과도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어 드럼 없이 녹음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고민 끝에 결국 기타와 베이스 듀오 음반을 녹음하기로 했다.


기타와 베이스는 현악기이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겨서 소리를 만들어 낸다. 손가락 끝의 살로 줄을 튕기면 살이 옆으로 쓸리면서 퉁~하는 소리를 낸다. 피아노 소리처럼 세련되지도 않고 드럼처럼 힘이 있지도 않지만 살이 줄과 부딪히며 투박한 사람 소리를 낸다. 음식으로 따지면 고기가 들어가니 음.. 돼지국밥이나 소머리국밥 같다고나 할까?


지난겨울에 녹음한 곡은 '소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우울한 편지' '사랑이 지나가면'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대 내 품에' '거리에서' 'I Believe' 그리고 뜬금없이 아이유의 '밤 편지'까지 추가해서 총 9곡을 녹음했다. 아이유의 '밤 편지'는 요즘 노래도 하나 넣는 게 좋을 것 같아, 차분하니 좋아서, 그리고 기타 치는 진희가 가져와서 넣게 되었다.


진희가 기타를 쳤는데 우리는 뉴욕에서 만났다. 당시 난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진희는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그때 만난 인연으로 지금까지 우리는 계속 만나고 있다. 나는 진희를 만난 것을 인연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진희도 나를 인연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어쨌든 기타 치는 진희는 사람을 참 편하게 대해 준다.


사람 사이라는 것이 서로가 편해야지 한 사람만 편하다면 그 사이를 좋은 사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진희의 속내를 알 수가 없으니 진희도 나를 편하게 생각하기를 기대해 보는 수밖에.. 사실 툭 까놓고 '진희야! 내가 편하냐?'라고 물어보고 싶지만 이건 무슨 시비 거는 것 같고 그래서 좀 더 부드럽게 '진희야! 나는 니가 편한데, 너는 내가 편하냐?'라고 물어보면 무슨 애정결핍도 아니고 나아가 진희도 생각이 있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는 사람이라 아무리 불편해도 '난 형이 안 편해요!'라고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 물어보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서 난 진희에게 "진희야, 나 이런 음악 녹음하고 싶은데, 같이 할래?"라고 물었고 진희는 "좋아요, 형"이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연주할 곡을 고르고 간단한 편곡을 했다. 리허설을 하고 우리 집 거실에 모여 데모를 만들어 보고 들어 보고 수정을 했다. 녹음한 데모를 들어보니 차나 커피를 마시며 듣거나 책을 읽으며 듣기에 나쁘지 않았다. 설거지 할 때는 좋지 않다. 수돗물 소리에 음악이 묻힌다. 그러니 설거지할때는 이어폰을 추천한다.


그렇게 우리는 쉬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 음악, 책 읽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음악, 저녁에 듣기 좋은 음악,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 옛날 생각하며 우울해지기도하고 행복해질수도 있는 음악을 목표로 음악을 만들었다.


부디 듣는 이들도 그렇게 느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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