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람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멜로아재의 두 번째 연주곡은 1992년, 김광석 3집에 수록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라는 곡으로 잠이 오지 않는 비 오는 늦은 밤, 옛날 추억들로 마음이 뒤숭숭할 때 들으면 손가락으로 찔러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나도 모르게 눈가에 촉촉하게 번지는 엄청난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김광석 사/곡-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 빈 방 안에 가득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장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 누운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창 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 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저마다 아름답지만
내 맘속에 빛나는 별 하나 오직 너만 있을 뿐이야
창 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 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슬픔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슬픔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슬픈 사람도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모두가 열광하던 2002년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에 진출한 날에도 있었을 것이고, 봄바람 산들산들 불어오는 날에도 있었을 것이며, 쨍하게 햇볕 내리쬐어 꿉꿉함 일도 없는 화창한 날에도 슬픈 사람은 있다.
그러니 웃음 절로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행복한 날이라면 혹 눈가 촉촉해 금방이라도 눈물방울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슬픈 영혼 없나 한 번쯤은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기쁨도 오고 가고, 슬픔도 오고 가며, 사람도 오고 간다. 잊겠다고 잊혀지지는 않겠지만 떠나보낸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이 노래 그냥 사랑 노래인 줄 알았는데, 다시 들어보니 진짜 사랑 노래이다. 1992년 대학 새내기 때 이 노래를 들으며 울고 불며 헤어졌던 남친, 여친을 잊지 못하는 애절하고 찌질한 노래로 들렸다. 그래서 좋았다. 아마 김광석 씨도 그런 생각으로 이 노래를 만들었겠지만 2020년 다시 들어보니 풋내 나는 사랑노래로 들리지 않았다. 내가 변한 건지 세상이 변한 건지 알 길은 없지만 그 풋내 나던 사랑노래가 아니라 어쩌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모든 이를 위한 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이가 떠나면 그 사람과 공유했던 기억의 방문을 닫는다. 닫는다고 닫히지는 않겠지만 너무나도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이 힘든 날엔 떨리는 손으로 닫힌 그 방문을 조심스레 연다. 아직 방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기억은 예리한 송곳이 되어 심장을 파고든다. 조그만 그 방에 누워 멀뚱히 천장을 보고 있는데 툭하고 눈물이 떨어졌다. 그러곤 후두둑하고 눈물이 쏟아졌다.
슬플 땐 울어도 된다.
슬픈 땐 울어야 한다.
슬픔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슬픈이를 보거든 웃지 말거라.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거든 주위를 한 번 돌아보거라.
슬픔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기에
슬픈 사람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