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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부 Aug 19. 2021

미국엔 편곡이 없다?

대중음악의 발생지이며 대중문화를 선호하는 나라라고 해도 과장이 아닌 미국에는 편곡이 없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편곡은 음악적 용어가 아니라 저작권법적인 용어이다.


이 말은 마치 선생님과 함께 학생들을 선도?하는 선도부를 학교에서 가장 개념 없는 일진 중의 일진 그러니까 양아치들로 구성하여 한 손에 소주병을 들고 홀짝 거리며 술을 먹지 않을 땐 담배를 피우거나 바닥에 침을 찍찍거리며 똑바르게 행동하라고 예의 바르고 선량한 학생들을 선도?하는 것과 비슷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참고로 나는 일진님들과 양아치님들을 격하하거나 무시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밝혀 둔다. 그리고 이 광경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 어느 나라든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과 별반 차이가 없으니...>


이해가 되지 않은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니 적어도 노력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저작권이라는 용어는 너무도 어려운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생각해 보면 용어를 어렵게 만들어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작권에 사용한 한자는 著作權으로 著(저)는 '편찬하다, 짓다, 나타나다' 하는 뜻이고 作(작)은 '무언가를 만든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을 합치면 著作(저작)으로 '예술이나 학문에 관한 책이나 작품 따위를 지음. 또는 그 책이나 작품'을 일컫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權(권)은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니 이를 풀이해 보면 著作權(저작권)은 '책이나 작품 따위'를 만든 것에 대해 저작자에게 그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책이나 작품 '따위'를 만든 사람의 권리를 인정하다니...


하지만 저작권의 영어식 표현은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Copyright'이다. 두 단어가 합쳐진 단어로 copy (복제)와 right(권리)가 결합한 단어이다. 복제 권리라.... 그렇다. Copyright은 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 혹은 보호하던 것이다.


금속활자 덕분에 대량 복제가 가능해지면서 책이 돈이 되기 시작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불문하니 우리는 진정한  인류임이 분명하다. 책이 돈이 되고, 돈을 벌기 위해서 너도 나도 출판을 하니 작가에게 허락을 받고 출판을  출판사 입장에서 보면 내가  돈을 다른 사람이 무임승차로 벌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었을 것이다. 출판사는 합법적으로 허락을 받은 (허락을 받았는지 협박을 했는지 모르지만) 출판사 그러니까 ''  책을 출판할  있게  달라고 정부와 여왕 혹은 왕에게 요청했던 것이다. 이것이 저작권이 영어로 copyright 이유이다. '예술이나 학문에 관한 책이나 작품 따위' 만드는 창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많이 팔리면 좋은 것이겠지만 마치 누가 괴롭히지 않게 보호해 주겠다고 괴롭히는 조폭과 같이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팔지 못하게 창작자의 따위 보호해 주겠다는 출판사의 말은 왠지 신뢰가 간다.


책의 복제에 대한 통제를 기반으로 한 저작권이다 보니 이를 음악에 적용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 음반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이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기절초풍할 음악이 악보에 기록되어 있어도 그리고 이를 복제한다고 해서 음악이 복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에 사는 인간이라 불리는 종이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언제나 소리가 필요하다. 이 소리는 노래하는 사람이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만들어 낸다. 연주하는 사람이 없으면 음악도 없다. 말을 고쳐 써야겠다. 멋지게 연주하는 사람이 없으면 음악도 없다. 바이올린을 처음 배우는 아이가 연주하는 '나의 살던 고향은'은 아마 '내가 사는 지옥은'으로 들릴 것이니 필히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끼고 '자크 티보'의 연주를 들으며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아이가 연주하는 모습을 감상하기 바란다. 그리고 레슨 선생님께는 '죄송합니다, 저희 아이 때문에 고생하셔서...'의 인사와 함께 원기회복 음료와 소화제를 선물로 드리는 센스도 잊지 마시길...


악보가 있다고 음악이 복제되는 것은 아니었으나 음반은 이야기가 달랐다. 소리가 녹음된 음반은 창작자의 음악에 대한 개념이 기록된 악보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음반에 녹음된 것은 창작자의 음악인가 아니면 연주자의 연주인가? '당연히 둘 다이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주 정확하다. 창작자의 개념적 음악과 연주자의 연주가 결합한 소리가 음반으로 만들어진다.


음반이 발명되어 유행하던 시기와 대중음악이 만들어진 시기가 비슷한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copyright은 꼬여 버렸다. 음악은 전통적으로 백인 창작자에 의해 완성되던 것이었는데 휴머니즘 백인 그러니까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던 백인들이 만든 시스템 안에서 누구도 요구하지 않았던 필요 없이 과도한 보호를 받으며 기회의 땅 미국에서 채찍 맞을 기회를 누리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뛰어난 음악적 감각은 이를 뒤집어 버렸다.


이들이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멜로디만 있으면 되었다. 다른 것은 멜로디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신나게... 비약이기는 하지만 재즈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멜로디를 표현하는 연주가 그때그때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멜로디를 위한 수단일 뿐인가? 여러 이유(주로 수익과 연관된)가 있지만, 당시 미국에서는 이를 복제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 수익 창출을 위한 가장 현명한 선택으로 여긴 듯하다. 편곡으로 보면 원래의 창작자에게 허락도 받아야 하고 새로운 저작자도 생겨 또 다른 계약을 해야 하는 번거로운 상황이 만들어지니 말이다. 이는 자비롭고 위대하고 강하신 음반사 덕분이다.


대중에게 음악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버전으로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주 효과적이다.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미국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다양하게 편곡된 곡이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곡의 다양한 버전인 것이다. 비슷한 말이지만 저작권법에서 보면 전혀 다른 말이다. 법은 그래서 까다롭다. 말의 꼬투리를 잡고 시비를 거는 꼰대가 따로 없다. 따로 없다는 말이니 법조계에 계신 분들은 문자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시길 바라 마지 아니한 것은 아니하고 아니하기를 간절히 바라길 아니할 뿐이다.


덕분에 좋은 점도 있다. 이용이 편해졌다. 저작권법의 두 축인 '보호와 이용'에서 어쩌다 이용이 더 수월해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를 강제이용허락 a Compulsory License라 부른다. 대략 설명하자면, 곡의 기본 멜로디와 근본적인 개성을 바꾸지 않고 2차적저작물의 저작권(편곡에 대한)을 주장하지 않는다면 기존 곡을 편곡하여 음반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미국에서는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는 음...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두고 싶지만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두고 생선이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그러니 각자의 해석에 의지하기도 어렵다.


국제저작권이 있지만 저작권법은 각 나라에 따라 다르게 해석,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음악은 글로벌하게 유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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