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부 Nov 21. 2021

안경이 늘어간다.

약간 불편한 정도였다.


살짝 미간에 힘을 주어 보는 정도면

저기 멀리 서 있는 네 모습도

깨알같이 적은 글도 또렷하게 보였다.


그렇다고 눈이 좋았던건 아니다.

안경을 벗으면 지척에 있는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는 그런 시력이다.

작년 어느 즈음인가 안경 너머로 보는 세상마저 불편해졌다.


마스크가 안경다리를 이리 저리 눌러 안경 초점이 이리 저리 바뀐다.

눈이 몹시 피곤하다.


얼굴에 꼭 맞는 옛날 안경을 꺼내 써 보았다.

초점이 바뀌지는 않지만 새로 맞춘 안경처럼 불편하기 짝이 없다.


멀리 볼때는 그나마 참을만 하지만 가까운 것을 볼때는 두통이 생긴다.


안경때문이 아니었다.

눈이 나이가 든 것이다.


나의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조금씩 깍여나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 햇살에 빨래가 마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