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이론을 시작하면서
디지털 오디오 그리고 아날로그의 부활
현재, 음악을 비롯한 음향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극소수의 음반은 순전히 아날로그로 만들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런 음반조차도 컴퓨터와 DAW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공연, 라이브 현장이나 음원 제작, 스튜디오를 불문하고 아날로그 음향장비들은 디지털로 대체되었다. 심지어 아날로그 음향장비를 만들던 회사들은 앞 다투어 자신의 아날로그 음향장비를 복각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새로운 형태의 음향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바뀐 세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와 상반되게 ‘아날로그의 부활’이라는 특이한 현상도 만들어졌다. 일부 아날로그 음향장비들은 디지털로 변환되어 이전보다 더 각광받고 있다. 예를 들어 1960년도에 제작된 LA-2A라는 컴프레서는 지금도 하드웨어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12개가 넘는 소프트웨어 회사에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이 장비를 복각하여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음향장비 전반에 나타나는데 이퀄라이저, 컴프레서, 채널 스트립, 리버브, 딜레이, 심지어 녹음 저장 매체였던 테이프 머신까지, 그러니까 시그널 프로세싱에 연관된 모든 아날로그 하드웨어가 디지털로 복각되고 있다.
이전 시대로 복귀를 원하는 노스텔지아와 같이 단순한 아날로그 감성 때문일까? 아님 다른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일까? 나는 이러한 현상이 ‘LP로 음악을 들으며 느끼는 아날로그 감성’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오디오 기술이 완성되었지만, 디지털 오디오에서는 절대 만들어 질 수 없는 그것이 아날로그 장비에 있었고 그것이 우리가 만드는 음악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 혹은 요소인 것을 다시 발견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테이프머신에 녹음하던 당시, 테이프머신이라는 소리저장매체의 소리 표현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알기 어려웠던, 아날로그 하드웨어에서 묻어 나왔던 아날로그 소리는 아주 깨끗하게 소리를 저장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가 되어서야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음향세계는 참 이상하다. 1950년도의 마이크 제작 기술과 그때의 마이크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으며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던 이퀄라이저, 컴프레서등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로 복각되고 있다. 아날로그 장비의 화려한 귀환이라고 할까? 이러한 현상은 사람이 공기의 진동을 소리로 인지하는 동안에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다행스럽다싶다.
만들어짐과 동시에 사라지는 공기의 진동인 음악을 영원히 기록하는 녹음은 어쩌면 마법과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기록된 데이터를 다시 공기의 진동인 아름다운 음악으로 만들어가는 사운드 엔지니어링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예술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앞으로 소리를 다루는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음향이론을 순차적으로 적어보려한다. 이미 내가 범접할 수 없이 뛰어난 분들의 연구가 있기는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서 재조명되는 음향이론이 필요하지도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실제 상황에서 이론은 그리 중요하게 보이지 않지만, 이론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때 그 문제를 효과적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는 든든한 친구가 될 것이다.
음향 전문가가 된다는 다른 의미는 소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소리는 목소리, 악기소리, 음악, 효과음등 들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의미하므로 음향전문가는 이와 관련된 산업과 특징들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전문 녹음실과 개인 작업실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라이브 상황의 특징, 영상이나 게임에서 소리, 음악 사용의 특징등과 이와 연관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 필요할 것이다.
디지털 녹음과 컴퓨터의 발전으로 인해 전문 녹음실과 개인 작업실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전문 녹음실에 사용하는 장비와 버금가는 장비를 개인 작업실에서 사용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 녹음실과 개인 작업실의 차이는 음향 전문가가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인 '콘트롤 룸'과 연주의 공간와 녹음의 공간인 '스튜디오'가 분리되어 있느냐 하는 차이일 것이다. 음향전문가가 개인작업실에서도 녹음할 수 있고 아마추어 엔지니어가 전문 녹음실에도 녹음할 수 있지만, 전문 녹음실이라면 콘트롤 룸과 스튜디오가 분리되어 있고 음향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상업 녹음실이라면 이에 더불어 전문 녹음실에 어울리는 방음과 흡음 그리고 음향처리가 된 공간과 연주와 노래를 최상의 음질로 녹음 할 수 있는 마이크와 마이크 프리앰프 그리고 컨버터등이 구비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음향 전문가는 소리를 다루는 숙련된 기술뿐 아니라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음악제작 경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음악을 만들어 가는데 음향 엔지니어의 역할은 단순히 소리를 처리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같이 작업하는 사람이 편하게 연주하거나 노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연주자나 가수가 편하게 연주하거나 노래한다면 불편한 곳에 비해 더 좋은 연주나 노래가 나온다는 상식에 비춘다면 사람을 대하는 기술은 음향전문가의 필수 자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음악에 대한 높은 이해도 필요하다. 단순히 음악가들과 원활한 소통을 넘어 음악에 담겨져 있는 감정 혹은 감동을 듣는 이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예술적 표현을 가능하게 하여 음향 전문가의 기술적 행위를 예술적 행위로 높이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