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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부 Jul 10. 2024

자존심 상하는 하루의 시작

심심해? 응!

아프다는 핑계로 작은 딸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정말 아픈 게 아니라 다행이긴 하다.


기말고사를 마치면 학교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자습 아니면 영화 시청 정도라니 그냥 집에서 빈둥거리는 게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나도 느지막이 일어났다.

그래도 작은 딸은 아직 자고 있다.

아침을 다 먹었는데도 아직 자고 있다.


작은 딸이 늦게 까지 자는 건 싫지 않다.

다만, 나와서 같이 놀지 않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남은 커피를 천천히 홀짝거리다, 시계를 보다, 일어나 창밖을 보다, 작은 딸 방 앞에 갔다, 또 시계를 보고, 또 남은 커피를 홀짝거렸다.


이 모습을 보던 아내가 정신없다며 집착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 집착일지도 모른다.


작은 딸에 대한 나의 관심의 총량과 나에 대한 작은 딸의 관심의 총량 차이는 마치 저울위에 올린 지구와 달의 질량 차이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거의 일방적이라고나 할까?


자존심 상한다.


자존심 상해,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딸이 자고 있는 방, 방문에 귀를 대고 일어났는지 마지막으로 확인을 했다.


그리고 식탁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물었다.

“언제 나와?”

 

“심심해?” 아내가 물었다.


“응”


자존심 상하는 하루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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