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부 Jul 06. 2024

딸에게 아빠, 엄마에 대한 불만을 글로 쓰라고 하면…

불만을 추억으로 바꾸는 법


딸에게 아빠, 엄마에 대한 불만을 글로 쓰라고 하면 생기는 일


수년 전 작은 딸이 중학생이었을 때 참 많이 싸웠다. <지금도 싸우지만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호숫가에 이는 잔잔한 바람이랄까?> 몇 마디 주고받으면 순식간에 말의 온도는 36.5도에서 100도로 치닫는다. 라면 끓이기 딱 좋지만,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글로 쓰자.


“말로 하면 싸운다. 안 되겠다. 그러니 불만은 글로 쓰자.” 딸에게 말했다.

”하고 싶은 말, 아무거나, 다 써도 되는 거지?!! “ 딸이 말했다.

”그러시던지! “ 딸에게 말했다.

”ㅇㅋ!!! “딸이 말했다.


그리고 딸은 방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작은 딸은 원고지 몇 장을 들고 나왔다.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의 불만 모음 (1) 아빠 편


아버지, 가끔씩 당신 같은 사람이 이해가 안 갑니다.

아니다.

항상 이해가 안 갑니다.

재미가 없는 아재개그부터 이상한 취향까지도요!!

왜 항상 저의 생각들은 생각을 안 해 줍니까?!


핸드폰 어플이 없으면 얼마나 불편한지 아십니까?!

그리고 전화 빼고 어플 다 없앤다는 말을 누가 믿겠어요?!

그냥 저절로 ‘알았어!’라고 한 거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너무 많고 sns, 게임 중독 증상을 보여 스마트 폰 어플을 지우자고 했고 딸은 알았다고 한 사건>


”생각해?! “ <내가 작은 딸에게 했던 말>

생각하라고요?! 아빠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당신이야 말로!’라고 하고 싶습니다.

나는 뭐 생각이 없는 줄 아나?!


가끔씩 저를 불러서 뭐라 하다가 ”혼내는 게 아니라…“라고 할 때마다 너무 짜증 납니다.

네!, 혼내는 거 맞습니다. 누가 봐도 그래요.

혼내거나 엄청나게 지루한 연설을 하실 거면 앞으로는 나의 입장을 생각해 줬으면 참으로 좋겠네요! ^^~ <웃음표시와 물결은 작은 딸이 직접 적은 거 맞음>


항상 저의 자리의 1%라도 차지하는 게 너무나도 싫습니다. 누구든지요…

불편하고 뭔가 졌다는 느낌이 납니다. 앞으로 그런 일은 삼가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빠, 당신은 글을, 못 써요. (저한테는요) 사실대로 얘기했습니다.

글이 너무 오글거려서 콧구멍에 있는 털도 놀라서 올라가겠어요… <난 이 묘사가 참 좋음>

저에게는 덜 오글거리는 것을 보여주길…


그리고 뭐 성형미인?! 제가 그리는 것은 만화구요.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들이니 캐릭터들을 모욕하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딸이 그린 그림을 보고 성형미인이라고 해서 딸이 욱한 사건>


그리고, 누가 요즘 k-pop 노래 듣는다고 뭐라 합니까? 가사는 제가 들어서 판단하고 제가 듣습니다.

아빠 귀가 아닌 다름 아닌 저의 귀가 듣는 거거든요. 저도 아빠와 함께 있을 때 k-pop을 틀지 않겠스니 아빠도 저와 함께 있을 때 클래식 음악을 삼가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피아노 학원을 다녀서 이미 많이 듣고 있습니다.

저의 청각이 10대가 아닌 80대가 된 것 같네요. <딸이 듣는 k-pop을 같이 듣고 가사에 경악한 사건>


그리고 뭐, 입술에 뭐, 바른다고 예뻐지냐고요?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유는 하나! 자기만족.

제가 하고 싶고 제가 좋아하는 것을 막는 짓은 삼가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존댓말인 듯 하지만 사실은 돌려 까기>


아빠 편 끝


<아빠에 대한 불만이 끝나고 바로 엄마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나의 불만 모음 (2) 엄마 편


어머니, 저의 이름은 김ㅇㅇ이고요. 저는 10대이고요. 저의 정신적 나이는 0살입니다.

제가 그리고 싶은 모든 것을 그릴 수 있고 어머니의 취향에 맞는 책만 읽을 수는 없습니다.

저도 나름 생각이 있고 저도 내가 원하는 책을 읽던가 그림과 일러스터레이션을 그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너무 적극적이게 밀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습니다.

아버지의 아재개그가 재미있나요…?

정말 희한하네요…

하나님은 참 어떻게 이런 희귀한 커플을 생각해 내셨는지 모르겠네요.

신기합니다.


아무튼 저는 40대 어머니가 아닌 아직 10대 김ㅇㅇ이고 아직까지 엄마처럼 생각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책이 좋습니다. (물론 제가 고른 책들이요) 나에게 무엇을 해 주고 싶다면 어머니 10대 시절로 가 보세요.

그럼 아마 제가 무엇을 생각했을지 알게 될 거예요.


참고로 청소년은 사춘기라는 무시무시한 것을 겪습니다.

항상 제가 어리고 순한 양처럼 행동할 거라는 생각은 버렸으면 좋겠어요.

이럴 때일수록 새를 새장 안에 놔주는 것보다 내보내는 것처럼 저도 놔줬으면 하네요.

그럼 그 놔준 새처럼 분명 돌아올 거예요…

그럼 이만…


엄마 편 끝


딸의 불만의 한 조각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 뒤로 몇 편의 불만이 전달되었지만, 귀찮아졌는지 글로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딸에게 아빠, 엄마에 대한 불만을 글로 쓰라고 하면 그 글은 추억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혀를 내밀고 '이~~'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