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일본식당의 맛
돈은 벌때와 쓸때의 느낌은 비슷합니다.
'충분히' 보상받고 싶어집니다.
벌때는 내 노력이 충분히 보상되기를 원하고 쓸때는 돈이 아깝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충분한 보상을 받고 싶어집니다.
보통 그 보상은 돈과 연관이 있습니다.
일한것에 비해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억울합니다.
이용당한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꼭 해야할 상황이 아니라면 다시 그 일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의 보상이 꼭 돈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즐거움, 뿌듯함등도 좋은 보상입니다.
돈이 안되도 즐겁거나 뿌듯하다면 그 일을 한 것이 별로 후회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돈을 얼마 주지 않는 연주를 할 때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것이 이미 충분한 보상이 됩니다.
일부러 돈을 적게 받고 싶은건 아니지만 페이(pay)가 적어도 어느 정도 감내됩니다.
그런데 뿌듯함은 즐거움과는 또 다릅니다.
돈과 뿌듯함은 서로 친한 것 같지 않습니다.
‘돈을 많이 받아 뿌듯하다’ 뭐 이런 것도 있기는 하겠네요.
하지만 돈 때문에 뿌듯한 경우를 제외하면,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오히려 내게 손해가 되면 이 뿌듯함은 강하게 느껴집니다.
뿌듯한 감정이란건 참 이상합니다.
내가 하는 일이 돈이 되는 일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즐거우면 더 좋겠네요.
그런데 마음 한켠이 무거워집니다.
뿌듯한 마음을 언제 마지막으로 가졌었나? 생각해 봅니다.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도 많이 벌고 즐겁게 살아야겠지만 내가 하는 일이 뿌듯했으면 좋겠습니다.
참 이 이야기를 하려고 적기 시작한 건 아닌데 ‘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렇게 흘러가 버렸습니다.
동네 서점에 갑니다.
주차를 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2층에서 지하1층으로 갑니다.
지하1층에 내려 무지하게 큰 문을 지나 자동문이 열리면 양쪽으로 식당들이 있습니다.
왼쪽은 김치찌개집과 닭갈비집이, 오른쪽으로는 일본 오사카식 식당과 퓨전인도카레집이 있습니다.
왼쪽 김치찌개집과 닭갈비집에 아직 가보지는 않았습니다.
무슨 맛인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가 보려합니다.
하지만 무슨 맛인지는 대강 알고 있습니다.
김치찌개와 닭갈비맛이겠죠?
오른쪽 일본 오사카식 식당과 퓨전인도카레집도 아직 가보지 않았습니다.
인도카레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집의 인도카레도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조금 멀기는 하지만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아비꼬’라는 일본 카레집이 있습니다.
맛이 꽤 괜찮고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큰 딸이 점심으로 이 식당에 가자고 했습니다.
"광교에 서점 새로 생긴거 알아? 거기도 카레집 있는데"
큰 딸의 의중을 떠 보았습니다.
"난 아비꼬가 좋은데, 그냥 아비꼬 가자"
큰 딸이 귀찮아 하면 말했습니다.
"거기는 맨날 가니까, 새로운데 한번 가보자. 거기 서점도 되게 좋아"
"....."
"한번 가보자"
"그럼 그러든지 뭐.."
몇번 같은 말을 반복하니 포기한 듯 오케이를 했습니다.
미안하네요, 작은 딸에게는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점식당가에 오게 되었습니다.
퓨전인도카레집에 들어가려는데 큰딸이 일본오사카식 식당에 가자고 했습니다.
한번 와 보고 싶은 식당이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작은 딸은 맛에 민감하지 않아 식당이면 다 좋은듯합니다.
작은딸은 튀김우동을 시켰습니다.
우동 종류이면 다 좋아합니다.
아비꼬에 가서도 카레우동을 먹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카레와 우동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이 됩니다.
카레의 맛이 탱글탱글한 우동의 면발에 스며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때문일까요?
큰딸은 카레와 토핑(topping)으로 닭튀김을 시키려고 했습니다.
메뉴의 사진에 나와있는 닭튀김 토핑의 양이 너무 적어 큰딸은 잠시 망설였습니다.
"닭튀김 먹고 싶은데 양이 너무 작을 것 같은데, 음.."
"그럼 그냥 돈까스 시키지?"
내가 물었습니다.
"그럴까? 그래도 닭튀김 먹고 싶기는 한데..."
여전히 큰딸은 망설였습니다.
"그냥 돈까스 시킬게, 닭튀김 양이 너무 작을 것 같다"
큰딸이 마음을 정했습니다.
사실 나도 카레를 먹고 싶었던 터라 나의 메뉴를 큰 딸이 먹고 싶은 걸로 주문하게 했습니다.
큰딸은 델리야끼우동을 시켰습니다.
주문지에 메뉴를 적었습니다.
'튀김우동'
'카레' + '돈까스 토핑'
'델리야끼 우동'
"닭튀김 토핑도 추가해"
"그래도 돼?"
큰딸이 살짝 놀라면 물었습니다.
그래새 주문지에 닭튀김 토핑을 추가했습니다.
'튀김우동'
'카레' + '돈까스 토핑' + '닭튀김 토핑'
'델리야끼 우동'
"주문 할게요"
"....."
"주문 할께요"
"....."
벨이 없어 소리를 좀 더 크게 부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평소 딸들은 식당에서 내가 큰 소리내는걸 창피해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다시 불러보라고 눈짓을 합니다.
허락이 떨어졌으니 좀 더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르바이트 학생이 와서 메뉴를 획 챙기고 주문서를 쒱~ 가져갔습니다.
주문을 확인하지도 않고 인사도 없이 말이죠.
딸들과 나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뭐 식당에서 워낙 많이 당하는 일이라 이제 기분나쁘지도 않습니다.
음식을 기다렸습니다.
나는 아재개그를 하고 딸들은 싫지 않은 짜증을 내었습니다.
튀김우동이 나왔습니다.
튀김우동의 모양새를 보니 마음이 불안해졌습니다.
하지만 작은딸은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열심히 찍었습니다.
큰딸이 튀김우동을 보며 말했습니다.
"학원앞 사천원짜리 우동이 더 맛있을 것 같은데..."
작은딸의 튀김우동을 보며 불안해 하고 있는데 큰딸의 카레와 토핑들이 나왔습니다.
카레는 나름의 비주얼을 지키고 있었지만 돈까스 토핑은 아주 실망스러웠고 닭튀김 토핑은 절망적이었습니다. 큰딸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내가 먼저 돈까스 토핑 하나를 젓가락으로 집어 카레에 찍어 한입 먹었습니다.
입에 맞지 않았고 돈까스 토핑은 보이는 것 보다 좀 더 실망스러운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닭튀김 토핑을 집어 카레에 듬뿍 찍어 한입 씹었습니다.
보이는 것 보다 훨씬 더 절망적이었습니다.
절망을 맛보는 사이에 정체를 알 수없는 '델리야끼우동'이 나왔습니다.
한입 먹었습니다. 너무 달고 어울리지 않게 매워서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맛이었습니다.
입맛이 비슷한 큰딸이 한 입 먹고 말했습니다.
"폭망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웠습니다.
맛에 대하여 아주 아량있는 자세를 가진 작은딸은 튀김우동을 맛있게 먹고 있었고 식당을 결정한 것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내가 만약 식당을 결정했더라면... 휴, 아주 다행입니다.
아주 감사한 것은, 맛 없는 음식을 먹으면 금방 배가 부릅니다.
큰딸도 금방 배가 불러진듯 했습니다.
튀김우동을 마친 작은딸은 남겨진 '델리야끼우동'을 처분하기 시작했습니다.
'델리야끼우동'을 마친 작은딸은 '카레와 토핑'들을 처분했습니다.
작은딸이 음식을 처분하는 동안 큰딸과 이야기를 했습니다.
"맛없는 식당에 오면 그래도 다행인 것 같다"
"맛이 없는데 뭐가 다행이야? 참"
큰딸이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다행이지, 그래도 한번은 맛을 봐야지. 그래야, 다음에 다시 오지 않지. 한번도 안와보면, 지나갈때마다 한번 와야지 계속 생각하잖아? 이렇게 맛이 없는데 ㅎㅎ 다시는 오지 않아도 된다 생각하니, 좋은데"
"그건 그러네"
돈이 아까웠습니다.
하지만 다시는 이 식당에서 돈 아까워할 일이 없을거라 생각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식당주인장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아마 다시 그 식당에 갈 일은 없을 것입니다.
살다보면 이 '일본오사카식식당'같은 일들이 종종있습니다.
맛나 보이고 좋아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직접 맛을 보지 않고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입니다.
아무리 좋아보여도 직접 경험해 보면 전혀 좋지 않은 경우들이 종종있습니다.
실망스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험들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다시는 그런일을 반복하며, 실망하거나 화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내다 보면, 생각만 해도 천불이 나는 일들과 사람이 있습니다.
그 '일본오사카식식당'을 지날때, 이제는 더 이상, 소중한 나의 기대감을 낭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 '일본오사카식식당'에 들어가는 멍청이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혹시 맛 없는 식당에 갔다고 실망하고 있나요?
돈은 아깝지만 화내거나 실망하지 마세요.
그리고 혹시 최악의 인간을 만났다고 속에서 천불이 나나요?
자책하지 마세요.
어차피 한번 당할 일이라면 딱! 한번만 깔끔하게 당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