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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아작가 Jan 15. 2021

아무쪼록, 굿 라이프!

- 영화 스토리텔링<캡틴 판타스틱>, 절망하기엔 인생이 짧다 -

굿라이프! 인생 이야기 이야기

다음은 이번 주 내가 본 영화들 목록이다.

〈미스 리틀 션샤인〉, 〈쁘띠 아만다〉, 〈하우스 오브 투마로우〉, 〈소공녀〉, 〈캡틴 판타스틱〉,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다. 완전 방구석 인생 영화관이다.

‘왜 이 영화들을 선택했을까? 이어진 하나의 주제는 뭘까?’

그것은 바로 굿 라이프더 나은 세상을 사는 서로 다른 방식의 인생 이야기다.


나는 이 영화들을 통해 ‘고통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에 대해 머릿속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영화 스토리텔링 속에서 너무 슬픈데 슬프지 않게 슬픔을 보여주는 인생 방법을 배웠다.  

물론 감독의 인생관과 영화 속 캐릭터들이 모두 내 맘에 쏙 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불편함 속에서 모르고 스쳐 지나갔던 내가 경험했던 것들이 조금씩 보였다.

특히 〈캡틴 판타스틱〉은 내게 가장 인상적이면서 보기 불편한 영화였다. 왜 불편했을까?

아래 내가 싫어하는 것 10가지가 그 답이 되지 않을까.


- 내가 싫어하는 것 10가지 -

1. 다람쥐 쳇 바퀴- 반복적이고 지루한 것, 변화 없는 삶을 싫어해 

2. 경제적 어려움- 헐벗고 배고픈 것 싫어해

3. 아는 척- 잘 모르면서 아는 척, 단정 짓는 것 싫어해 

4. 구속- 자유를 억압받고 구속당하는 것 싫어해

5. 불편함-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것 싫어해

6. 기계조작- 기계나 도구 다루는 것 싫어해(단, 피아노 치는 것은 예외)

7. 센- 남에게 독설, 거친 언행, 센(강한) 행동 싫어해

8. 무기력함- 불평불만 속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싫어해

9. 차갑고 뾰족한 말- 얼음처럼 차갑고 뾰족하게 가시 돋친 말 싫어해

10. 부조화- 조화로운 관계를 깨는 것 싫어해


그런데 맷 로스 감독의 영화〈캡틴 판타스틱〉에서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많이 발견했다.

이 영화는 문명과 동떨어져 깊은 산속에 은둔해 사는 7인의 센 가족 이야기다. 돈, 현실 물질만능 세상을 배격한다. 따라서 사냥, 암벽 등반, 체력 단련 등 자연인 본능을 일깨우기 위해 문명사회와 거리를 두며 야생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언뜻 제목으로 짐작하기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꿈꾸는 곳, 판타스틱 유토피아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겐 디스토피아,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극대화되어 나타나는 곳으로 보였다. 강함은 넘치는데 부드러움이 없는 곳. 그래서 공감하기 어려웠다. 

부조화, 조화롭고 자연스러움을 중시하는 내 삶의 인생철학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영화〈캡틴 판타스틱〉에서 제거해야할 환경은 무엇일까?’

캡틴 아빠!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환경으로 바로 ‘벤’, 6명 아이들의 아빠다.

부모는 캡틴이다. 집은 큰 배다. 방향키를 움켜쥔 선장의 손에 따라 항해 방향이 정해진다.

자연스러운 삶을 목표로 아빠는 아이들에게 수준 높은 문학, 과학, 음악 등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고 자연에서 살아남는 생존법을 엄격하게 전수한다. 단, 바깥 세상인 사회에서 적응하는 법은 없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매일 아침 산을 오르내리며 고된 훈련을 하는 것이 그들의 일상생활이다. 


‘과연 캡틴 아빠는 어떤 사람일까?’ 

‘인간은 말이 아니라 행위에 의해 규정된다.’촘스키가 한 말로 캡틴 아빠의 인생철학이다.

막 성인식을 치룬 맏형, 사춘기 딸들, 반항 소년 남동생, 어린 두 동생들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양육 방식에 다름은 없다. ‘도움은 필요 없어!’ 나약함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비가 오든, 암벽을 타다 손목을 다치든 그들의 생존 훈련은 멈출 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죽는다. 막내를 낳고 우울증 치료를 받던 중, 아이들의 엄마가 자살을 한다. 순간 아이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 그들은 낯선 도시로 엄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특별한 의식, 이상한 도둑들

노엄 촘스키(미국의 좌파 언어학자)의 정신은 아빠의 교육철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는 ‘촘스키 날’을 특별한 날로 정해 그들만의 가족 의식과 함께 파티를 즐긴다.

도대체 어떤 가족 의식일까?

아빠는 아이들과 함께 마트로 향한다. 그런데 갑자기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던 아빠가 가슴을 쥐어짜며 쓰러진다. 한 아이는 아빠 옆에서 응급처치를 한다. 이때 주변의 모든 시선이 아빠에게 집중된다. 그러나 아이들의 행동이 좀 이상하다. 말로는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하지만, 손으로는 쉴 새 없이 물건을 봉투에 담아 계산대를 그냥 통과한다. 쓰러진 아빠는 벌떡! 

앗! 이럴 수가. 특별한 의식이 마트 털기? ‘인간은 말이 아니라 행위에 의해 규정된다.’라고 했던 아빠 아니던가. 그래 그렇다면 이 가족은 ‘이상한 도둑들’이다. 수준 높은 책->지식을 쌓고-> 생존 훈련->치밀한 계획->결국 사회 체험은 도둑 행위로? 결국 배워서 도둑질로! 책 속에 갇혀 더나은 세상을 사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아빠라니.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생활에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오드리 마인드', 내 인생철학과 완전히 배치되는 모습이다. 이건 아닌데!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

문득 과거 중학교 시절 국어선생님께서 사회성에 관해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공부에 관심 없는데 왜 학교를 다녀야 하냐고? 물론 힘들지. 그런데 학교는 지식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야.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게 있어. 사회 경험! 사회성을 배우는 게 교과서를 달달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해. 때론 친구와 의견이 달라 말싸움이 개싸움으로 번질 때도 있어. 그러면서 크는 거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돼.” 

그랬다. 지금까지 인생, 다양한 사회 경험에 비추어보았을 때 나는 선생님의 말에 백번 공감이 갔다. 

한 사람의 말이 누군가 생각과 의지를 바꾸고 행동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캡틴 아빠는 과연 몰랐을까. 혹시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을지 모른다. 물론 영화 후반에 아빠가 ‘아름다운 실수’라고 인정은 하지만.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 희망이 없어진다.”라는 반항 소년 남동생의 말엔 절대 공감!



디제잉 오드리 코니 아일라(Connie Isla) 의 노래Sweet Child O’Mine♫》

“엄마는 화장을 원했어. 그 뜻을 존중해야지.” 

바다가 보이는 푸른 언덕에 모여 신나게 춤추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가장 아름다웠어요. 

화장… 슬픈 엄마의 장례식인데도 인생축제 분위기랄까. 

평소 엄마가 좋아했던 노래를 부르며 슬프지 않게 슬픔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모습들에 콧끝이 찡했어요.

엄마의 노래가 딸의 부드러운 노래로, 아이들의 춤으로, 죽음이 삶의 희망으로 이어져 더 큰 여운을 남겼어요. 

원곡 록 밴드 ‘건즈 앤 로지스’ 노래와 한번 비교해 들어도 재밌을 거예요.

‘천둥과 비가 조용히 지나가길 기도했던 곳…  나의 어여쁜 아이♬’


“향후 3년 후, 당신은 어떤 곳에 머물고 싶나요?”

아무쪼록 굿 라이프! 

어두운 인생길에 빛을 비춰주는 따뜻한 램프불이 있는 그런 곳에 살면 좋겠네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면의 소리를 그리다보면 나만의 색깔, 내게 맞는 최적의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천둥과 비 같은 거라면 비가 그칠 때까지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아늑한 곳,

나만의 색깔로 비밀의 장소를 그리고, 벽에 페인트 칠하는 상상을 해보세요. 나만의 세상을 그려보세요!

그래요. 절망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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