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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아작가 Jan 11. 2021

웨스 앤더슨의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스토리

사랑과  우정으로 상처 입은 우리들을 위해...

인도 다즐링 특급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요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는 관계 맺기가 어려운 삼형제가 인도 열차 다즐링을 타고 가족관계를 회복하고 자신을 찾는 사고만발 여행기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다즐링 주식회사〉, 2007


첫 장면은 강하게

스피드, 영화 속 첫 장면은 빠른 템포의 음악과 함께 강한 속도로 시작했다. 

혼잡한 인도 거리를 택시 한 대가 아슬아슬하게 빠르게 달려갔다. 택시 안에 승객(빌 머레이)은 속도를 재촉하고, 운전수의 손놀림은 빨랐지만, 표정은 여유 있어 보였다. 오히려 관객인 내가 사고가 날까 봐 긴장되었다. 

마침내 목적지인 기차역에 도착했다. 총알같이 튕겨나간 승객은 사력을 다해 달려갔지만 소용없었다. 아뿔싸, 열차가 눈앞을 지나갔다. 그런데 그 남자의 바로 뒤에서 커다란 여행 가방을 든 채 성큼성큼 지나쳐가는 한 젊은 남자가 보였다. 젊은 남자는 가까스로 달리는 기차를 잡아탔다. 한편 중년 남자는 승자의 엷은 미소를 부러운 듯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 기차가 바로 인도 다즐링 열차였다. 

그래 그렇다면, 열차를 놓친 주인공, 중년 남자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런데 이상했다. 기차 안 여행 가방이 모두 똑같았다. 그리고 가방 주인들이 하나 둘, 셋 한 객실에 모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어? 서로 아는 관계인가? 젊은 남자를 포함해 세 남자가 바로 형제이자 주인공들이었다. 앗! 감독의 속임수. 주인공들을 빠른 속도에 교묘하게 숨겨놓았다. 역시 장난 끼 많은 웨스 앤더슨 감독다웠다. 재치 있는 강한 시작이었다.


사고만발 삼형제 이야기

“왜 지난 1년 동안 서로 말도 안 했을까?”

맏형 프란시스가 두 형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각기 개성이 강한 삼형제.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어찌된 영문인지 서로 간단한 안부전화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맏형 프란시스(오웬 윌슨)는 얼굴에 칭칭 붕대를 감싼 모습이다. 계획가다. 평소 약속 정하는 것을 좋아한다. 매일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모든 일과 사람을 통제해야 직성이 풀린다. 형제들과 모든 비밀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나 믿지?”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맏이로서 책임감이 강하고 동생들을 돌봐야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산다.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쉽게 비밀을 누설한다. 어설프고 아이러니한 인물이다.


반면 둘째 피터(애드리언 브로디)는 훤칠한 키에 얼굴 가득 커다란 선글라스, 목걸이, 벨트 장식 등 외모에 신경을 쓰는 멋쟁이 신사 모습이다. “내 음식 내가 주문하면 안 될까?”대사가 말해주듯이 독립적이며 남에게 구속당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모든 걸 자기 마음대로 약속을 정하고 지킬 것을 강요하는 형을 몹시 못마땅해 한다. 추억과 물건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인 여행 가방 속에 가득 넣고 다닌다. 현실의 짐이 무겁다. 그런데 머릿속은 지끈지끈 더 무겁고 복잡하다. 일어나지 않을 미래를 겁먹고 걱정하는 인물이다. 


셋째 잭(제이슨 슈왈츠)는 두 형제들에 비해 키가 작은 편이고 콧수염을 기르고 있다. 헤어진 애인에게 병적으로 집착한다. 여성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은 편이지만 한 여자에게 오래 머물지 못한다. “캐릭터는 특정 사실과 관계없다니까.” 가족의 작은 비밀 이야기를 소설에 녹여내면서도 사실이 아닌 듯 딴청을 부리고 있다. 

외로운 방랑자다. 형제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주변을 겉돈다. 반면 맘에 드는 여성을 만나면 카사노바처럼 무섭게 달려든다. 기차 역무원, 리타에겐 적극적인 애정 행각을 벌이는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그의 곁엔 이야기가 있고, 여성이 있고, 달콤하고 낭만적인 음악이 있다.


영화에서 내가 좋아하는 명대사

“겉모습은 웃긴대 머릿속은 더 웃긴 것 같아”

피터와 잭이 나누는 형의 뒷담화다. 맏형의 겉과 속을 건조한 유머로 잘 표현한 대사였다.


영화에서 인상 깊게 본 장면1

기차가 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잃은 장면이었다. 다음은 브렌든과 프란시스의 대화 내용이다.

“브렌든(맏형의 개인비서), 뭐 문제 있어?”

“기차가 길을 잃었대요.”

“뭔 놈의 기차가 길을 잃어버려?”

웃겼다. 누군가 실수로 레일을 잘못 바꿨단다. 현재 자신들이 어디 있는지, 또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황당한 상황, 영화(?)같은 일이 벌어졌다. 과연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영화에서 인상 깊게 본 장면2

한 아이의 장례식 장면이었다.

공항으로 가던 길, 그들은 강물에 휩쓸려가는 아이 셋을 발견했다. 순간적으로 삼형제는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간신히 두 명은 구했지만 한 아이는 구하지 못했다. 죽은 아이 아버지의 요청으로 그들은 인도 전통장례식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눔, 언어는 서로 다르지만 백 마디 말보다 서로를 위로하는 따뜻한 눈빛과 손길이 마음은 전하는데 훨씬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또한 전통화장 방식의 장례절차를 지켜보았다. 순간 일 년 전 죽은 아버지… 새로 태어날 아기… 아버지와 아들이… 탄생과 죽음이… 과거와 미래가 흐르는 강물 따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낯선 사람들을 통해 과거 세상에 닫힌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게 되었다. 

“아빠 가방들은 이제 안녕이다!”


디제잉 오드리의 인생노래뜨거운 안녕유희열(워리어스 live Ver.)

“왜 지난 1년 동안 서로 말도 안 했을까?”

사랑했던 가족, 친구, 연인… 이별의 고통은 아직도 뜨겁죠. 그리고 여전히 슬퍼요. 

그래 그렇다면, 음악을 통해 접해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초록의 공간을 찾아보길 바라요. 

인도에서 영감을 얻은 비틀즈의 노래〈Within You Without You〉 등 노래를 통해 멋지고 새로운 문화 공간을 발견하는 건 어떨까요?       

때론 소중했던 사람이… 고요한 풍경이 … 신나는 이별 노래가 슬픈 내 마음을 위로해 줘요. 

그래서 오늘 준비했어요. 사랑과 우정으로 상처 입은 우리들에게 인생노래《뜨거운 안녕》! 

‘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소중했던 내 사람아 이젠 안녕 (…)

멋있게 살아줘

뜨겁게 뜨겁게 널 보낸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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