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로잉 첫 작품, 벌써 1년

빨간 의자를 폭신하게 그리고 싶었다. 결국 못했다. 그냥 앉는 걸로..

by 전UP주부



작년 초,

언니가 아이폰으로 갈아타는 바람에 1년도 채 안 쓴 갤럭시 노트가 공폰이 됐다.

새것같은데 벌써 공폰 신세가 됐구나, 아깝다며 그저 바라볼 뿐,

화면도 더 작고 펜도 없는 구닥다리 폰을 쓰고 있었으면서도 옳다구나!며 바꿀 생각을 안했다.

기기 욕심이 없는데다 기술 활용에도 무지한지라

핸드폰에 저장돼있는 것들을 언제 다 옮기겠나, 구닥다리 고민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뭐든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편한 의 답답한 일면이 아닐 수 없다.


마침 그즈음,

디지털드로잉이란 세계를 알게 됐는데 그제야 그럼 내가 갖다 써볼까 싶었다.

핸드폰에 저장돼있는 것들을 새폰으로 옮기는 것쯤 일도 아닌 것이었다.

(구폰과 새폰을 그저 맞대놓으면 알아서 저절로 옮겨지다니!! 되게 신기했지만 되게 아무렇잖은 척을 했다.)

언니의 갤럭시노트가 공폰이 된 시점과 내가 디지털드로잉에 흥미를 느낀 시점이 겹친

우연 덕분에, 나는 폰을 바꿔 그 작은 화면에 그림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급기야 팬데믹이 선포되고

학교를 못가게 된 아이와 언제까지 집콕을 해야할지 알 수도 없는 시절에

걱정 대신 집중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 주었다.


디지털드로잉, 줄여서 디로잉이라 부르기로 했다.

나의 디로잉 첫 작품이다.





현실은 답답했기에,

마음은 자유와 여유를 갈망했다.

푸르른 잎을 한가득 이고 있는 나무들 사이에 빨간 의자를 놓고 앉았다.

책을 읽다가 새들의 지저귐에 마음이 들뜨면 고개를 젖히고 눈을 감는다.

그 좋은 풍경 속에서 눈을 감아버리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잎사귀 사이를 비집고 나에게 와 닿는 빛과 눈을 맞추었다.

인상파 화가가 된 듯 빛이 가리키는 곳곳을 감탄하며 보다가

다시 책을 펴들었을 때는, 적당히 따뜻하고 알맞게 서늘한 기운 속에서

몇시간이고 그렇게 빠져 읽고 싶다.

나에게 말을 거는 문장들은 한 번 더 꾹꾹 눈에 담으며..

더 바랄 게 없는 시간이 될 것이다.

.

.

.


"엄마! 어, 뭐 그렸어?"


어김없이 나를 소환하는 목소리.

상상 중에서도 그렇게 마음이 조마조마하더니만.




# 갤럭시노트 # 어도비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