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그려주겠어!
'스케치레이어'란 기름종이 같은 것
어릴 때 '기름종이' 대고 그림 그리던
딱 그 느낌이다.
'이미지레이어'를 선택해 찍어둔 사진을 불러오고
기름종이를 얹듯 '스케치레이어'를 생성한 뒤
보이는 이미지의 선을 따라 그린다.
그러면, 못 그릴 그림이 없다.
대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코로나로 인해 보육과 교육은
고스란히 내 몫이 되어야 했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간이 길수록
이것 해라, 저것 하지 말라 소리만 느는 게 싫었다.
엄마역할에 선생노릇까지 하다보니
때때로 열불이 났다.
매일 매주 똑같은 성실을 요하는 집안일은
그야말로 지루했다.
타인을 위해서만 존재하듯 했던 일상에
이제 갓 입문한 디로잉은
꿀맛을 찾아 나선 변화의 지점이었다.
갤럭시 노트 안에 펼쳐놓은
작은 도화지를 늘였다 줄였다 하며
빠짐없이 스케치를 하는 것만 해도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곁눈으로 슬쩍 아이를 살피는데
다행히 저 혼자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금세 어깨를 다시 구부리고 채색에 들어갔다.
시간이 아까운 줄도, 어깨가 아픈 줄도 몰랐다.
참으로 오랜만에 미술을 하는 재미를 느꼈다.
당시 나는 새로운 기능을 쓰며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절실했나보다.
아이와 분리되어 나 혼자 시작하고
나 혼자 완성하는 놀이라 반가웠나보다.
손이 야무진 편이고 성격은 꼼꼼한데
그런 나의 긍정과 만나는 시간이 되어 주었다.
나의 하루를 나로 살아낸 것 같아 좋았다.
아이랑 보던 책의 그림을
따라 그리기도 하고
추억하고 싶은 순간의 사진을
대고 그리기도 했다.
아이는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마칠 때까지 나를 내버려 두었다.
엄마를 불러도 소용없다는 걸 알았겠지.
다 그리고 나서 보여주면
와! 잘그렸다며 감탄해 주었다.
진정성이 다소 의심되는
간단명료한 반응이었대도
쿨해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엄마를 늘 최고라고 생각해 주는
나의 찐팬 1호다운 리액션!
네가 엄마의 미술시간을 존중해 주는 것을 보고
너의 감탄이 진심이라는 걸 느꼈어.
# 갤럭시노트 # 어도비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