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아이들 모음

스케치레이어에 직접 그리면 나오는 결과물

by 전UP주부



매번 기름종이를 대고 그린 건 아니다.

어느 날은 '이미지레이어'를 깔지 않고 '스케치레이어'를 열어 직접 그리기도 했다.

구도를 알고 그려야 자연스럽게 표현할텐데...

무작정 그렸더니 역시나 몸동작이 어색하기 짝이 없네!





1년 전, 겨울을 지나면서 코로나의 심각성은 명확해졌다. 학교를 못가게 될 줄 상상도 못했는데, 상상이 현실이 되어 기약없이 집콕하는 날이 늘어갔다. 겨우내 가중되는 불안함과 추위 탓에 바깥활동을 거의 못했는데, 봄의 유혹에는 별수없었나보다. 열심히 돌아가는 방역체계 하에 조금 숨통이 트이기도 했겠지. 새로 구입한 아동용 베드민턴을 둘러메고 집앞 공터에 나가 베드민턴을 쳤던 그날이 생각난다.


오랜만에 치는 건데 그사이 아들은 꽤 실력이 늘어있다. 한창 연습을 한 뒤에 스코어를 세기 시작했는데, 내가 123점을 얻고 아들이 105점을 얻을 때까지 친 것 보니 그날 아주 불태웠구나! 공 집어드는 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쓰던 때와 달리, 오래도록 티키타카가 이어지니 칠 맛이 났다. 아니, 어느 순간부터는, 이러다가 내후년엔 내가 처지겠는데? 살짝 위기의식을 느꼈다. 나는 한해가 다르게 둔해지는데, 아들은 하루가 다르게 단단해지고 있다.






아무리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덮쳤어도,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었고, 아이는 또 한 뼘 자랐다.

그러니, 앞일을 크게 두려워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기보다 오늘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면 될 것 같았다.

아이가 EBS로 수업을 듣는 동안 나는 우리집 생물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그려봤다.

그림을 배우진 않았어도 하나하나 정성을 쏟으면 나름 괜찮은 그림이 되기도 했다.

여기서 '괜찮은 그림'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담아낸 그림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다.ㅎㅎ





그릴 땐 몰랐는데, 이 아이들의 절반 정도가 없는 지금에 와서 다시 보니, 그리움이 밀려온다.

내가 이 아이들을 그리워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지점이라 조금 당황스럽다.

그려놓기를 잘 했다 싶다.


식물을 키우는 재미는 여전히 모르고 그때도 없었다. 다만 점차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정화하고자, 아니 정화되고 있다는 느낌에 조금이나마 기대고자, 생전 처음으로 식물을 사들였다. 홈쇼핑에서 공기정화에 효과가 있다는 식물 대여섯개를 묶어 팔기에 종료시간이 가까울 때까지 고민을 거듭하다가 구매버튼을 누른 것이었다.


역시나 나는 식물을 잘 돌보지 못....아니 안했다는 게 솔직한 표현이겠다. 개중에는 심지어 선인장과도 있었는데 결국 살아남지 못하고 가버렸다. 대신 아레카야자만은 점점 더 풍성하게 잎을 넓히며 잘 크고 있다. 음지식물이라는데 바람을 좋아한댄다. 한동안 집 안에 두다가 물을 줄 때 베란다로 옮겨놓는데, 그것이 참 적잖은 딜레마다. 베란다는 음지보다 양지일 때가 많은데, 베란다에나 나가야 풍욕이 가능하니.. 널 위해 난 어쩌면 좋으니? 집 안에서는 음지인 것에, 베란다에서는 바람이 부는 것에 반반씩 만족하며 잘 커주니 그저 대견하다!


식물 못지 않게 동물 역시 재미로 키울 대상은 아니라는 게 내 지론이다. 다만, 내 지론보다 어린 아들의 바람이 더 간절해 키우기 시작했다. 그림 위를 유영하는 구피들은 철따라 명따라 차례차례 가고, 지금은 단 세 마리만 작은 어항에서 노닐고 있다. 구피어르신들을 마지막까지 잘 보필해야 할텐데, 생각난 김에 물 갈아줘야겠다. 갓 태어난 아기의 주먹쥔 손만했던 푸르미 아로미는 과하게 장성하여 출가했다. 잘 살고 있지? 나는 너희들의 안녕을 아마도 계속 빌며 지낼 것 같아.






그림 하나 붙여놓고 구구절절 말이 길어지니,

과연 이것이 미술시간인지 국어시간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