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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Mar 10. 2020

작은 마을의 작은 글

제주 책방 '소리소문'

2020년 2월의 마지막 날. 비 오는 아침이었다. 우산이 없어 몸을 잔뜩 구기고 뛰어들어간 책방. 문 연 지 얼마 안 된 때였는데, 공기가 벌써 따뜻했다. 기다렸다는, 반갑다는 인사는 말이 아닌 다른 것으로 전해질 때가 많다.



고산리의 나무제품 공방 '우드비앙'과 함께 하는 기획이 보였다. 공방이 준비한 여러 나무 큐브와 제품을 만지고, 맡아 보는 자리.


지역 내 다른 공간과의 협업이 좋았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새로운 가치들이 만들어질 텐데, 책처럼 나무처럼 쓸모의 시간이 긴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게 내겐 가장 큰 가치였다.


'이달의 작가', 이성복 시인의 책들이 있었다. 달마다 작가를 테마로 큐레이션하는 곳들은 많지만 이곳의 차별점은 필사였다.


만년필, 모나미펜, 연필 등으로 이달의 작가가 쓴 책을 필사한다. 책은 정해져 있고, 앞 사람이 쓴 걸 이어서, 원하는 만큼 쓴다. 이 책방에서 가장 값진 책은, 사람들의 경험이 페이지마다 쌓인 이 필사책일 거라 생각했다.


큐레이션과 책의 종류가 다양했다. 특정한 세대와 관심사만을 위한 서점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시계방향으로 대한민국 키워드, 그림책, 내가 사랑한 공간들, 마음의 균형.)


이곳엔 책이 있고, 책으로 할 수 있는 '경험'들이 있다. 경험 앞에 나이의 경계도 배움의 한계도 없도록 하는, 이를 테면 책 돋보기와 같은 배려도 있다.


한 권의 책이 경험 확장의 시작이 되고, 확장된 경험이 다음의 책으로 이어지도록 돕는다. 그렇게 엮인 책들이 한 사람의 더 나은 삶, 여러 사람의 더 나은 세상에 어떻게 기여할까.


 '책이 너무 많아 못 고르시겠다면 책방지기에게 도움을 요청하세요.' '따뜻한 작두콩차 한 잔♥'


작은 마을의 작은 글(책), 책방 #소리소문 작다는 말은 커질 수 있다는 말과 같다고 믿는다. 작은 책들은 이곳에서, 제 가치를 함께 키워갈 반가운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점은 아팠던 유년시절을 보듬어주던 소중한 공간이었다.그 기억을 간직하고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의 책과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는 서점을 차리길 꿈꿔왔다. 책을 통해 자신의 마음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세상도 이해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희망하며 2019년 마침내 책방 소리소문의 책방지기가 되었다."

- 책방의 가장 작은 공간에 적힌, 책방지기 정도선님의 글 중에서


  책방지기 두 분에게 책의 의미, 책방의 의미.   


주소: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 1036
인스타그램: @sorisomoo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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