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동에 사는 내가, 부평구청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거리, 그리고 그 거리에 사는 사람들을 보며 걷는데,
어느 순간 문득 내가 그곳의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그 거리에는 나의 자리가 없기에, 다른 사람들은 그곳에 있는 자신의 자리를 잘도 찾아가지만, 나는 그곳에 두 발을 딛고 서 있을지언정, 그곳은 나의 자리가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우리 동네를 생각했다. 나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곳. 내가 어렸을 적부터 머물렀던 동네.
허나 약간의 위화감이 든 것은, 얼마 전 나의 원래 살던 집이 있는 거리에 갔을 때 느꼈던 낯섦 때문이었을까.
17년을 산 집, 지금도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집이지만, 그곳은 내게 익숙한 집일지언정, 나의 자리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지금 나의 자리는 내 자취방뿐인 걸까.
아니, 그것도 아니다.
결국 다른 곳으로 내가 떠나면,
지금의 자취방도 더는 내 자리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 걸까.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 밖에 없는 것이란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좌안>에 나오는 대사인데,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굉장히 와 닿는 말이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우리는 결국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일 뿐이기에, 우리의 머물 자리는 이 세상이 아닌, 누군가의 가슴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 번뿐인 인생을 살면서,
나는 몇 명에게 머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