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겐 있나요? 기적 같은 단 한 사람"
올해 봄,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한 한국형 감성 로맨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꽤 좋게 봤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편지를 꺼내듯, 그리고 이 영화가 주었던 감정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한 권의 책을 ‘읽듯이’ 영화를 다시 봤다.
해마다 찾아오는 여름 장마 소식과 함께 비가 내리던 날, 우진(소지섭)은 마을의 폐쇄된 기차역 터널에서 1년 전 사고로 죽은 수아(손예진)를 발견한다. 1년 만에 우진과 지호(우진과 수아의 아들) 곁으로 돌아온 수아는 아무런 기억이 없는 상태. 그렇게 그들은 믿기지 않았던 눈앞의 수아를 주변 사람들에게 비밀로 한 채, 희미해져가는 예전의 기억과 행복했던 날들의 감정을 찾아간다.
우진을 통해 과거 자신이 그와 사랑했었던 이야기를 들으며 수아는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그와 다시 사랑에 빠져간다. 하지만 수아는 숨겨진 자신의 일기장을 통해 과거에서 사고를 당해 자신이 미래로 돌아온 것이었으며, 장마가 끝나면 다시 이들을 떠나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펭귄 이야기가 적혀있는 동화책의 비밀 또한 알게 되면서.
비가 그치고 장마가 끝나 따스한 햇볕이 내리면, 역설적이게도 슬픈 이별을 앞둔 수아와 그녀의 소중한 가족들. 수아는 엄마 없이 살아가게 될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 지호를 위해 우진 몰래 밥을 차리는 법, 빨래를 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그리고 장마가 끝나는 날, 이들은 모든 것이 정해져 있던 대로 이별하게 된다.
영화 후반부에 실타래가 풀리는 내용이 내레이션(일기)으로 등장한다. 우진과 결혼하면 아들 지호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빨리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는 주저 없이 그들에게 돌아갔다. 수아의 마음속에 남았던 그 시간들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소중했기에. 죽음 앞에서도 담담했던 그녀의 고백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나의 모든 시간을 사랑합니다. 즐거운 인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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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감성에 젖는다. 버스 창가에 앉아 옛사랑을 떠올리기도, 괜히 슬픈 사랑 노래를 이어폰에 꽂고 들으며 혼자만의 사색에 잠기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에서만큼은 비가 그치지 않는 장마가 그들에게 그 어느 순간보다도 행복한 날들이었다. 비가 그치면 다시 슬픈 이별을 해야 하는 영화 속 수아와 우진, 어린 지호를 보며 생각이 꼬리를 물고 꽤나 복잡해졌다.
붐비는 지하철 출퇴근길이나, 아침 일찍 대학 강의를 들으러 가는 평범한 대학생들의 표정 등을 자세히 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게 오래도록 기다려 온, 설레는 날 일수도 있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지만 그와 정반대로 가슴 시리도록 슬픈 날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누군가와 마주치는 짧은 순간에, 정확히 알 수 없는 어떤 이의 소중한 감정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우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