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시트>를 보게 될 당신에게

솔직한 리뷰

by 김명진

새벽부터 여름비가 시원하게 내리던 아침, 조조영화로 그보다 더 시원했던 영화 <엑시트>를 마주했다. 7월의 마지막 날 개봉을 앞두고 있던 <엑시트>는 지난 시사회에서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아왔다. 시사회의 호평과 입소문을 타고 조정석과 윤아는 2019 여름 영화 대전에서 순항할 수 있을까. 꽤나 흥미진진한 궁금증을 일으켰던 영화 <엑시트>를 보고 나서, 떠올랐던 소감과 감정들이 잊히는 것이 아쉬워 노트북을 허겁지겁 펼쳐냈다.

“짠내 폭발 청년백수, 전대미문의 진짜 재난을 만나다!”


영화가 내세웠던 문구처럼 영화 <엑시트>는 한국형 재난, 실제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이 아닌 현실의 청년들이 마주한 우리들의 ‘재난’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시작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이선균이 ‘지하철 냄새’를 언급했을 당시 관객들이 자신들을 어느 감정에 이입해야 할지 알려줬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엑시트> 또한 비슷한 방식의 전개를 선택했다. 팔다리가 멀쩡할 뿐만 아니라 평범한(?) 비주얼까지 갖춘 용남(조정석)에게 닥친 취업 한파와 가족들의 등쌀. 영화관에 앉아있던 수많은 청년들의 감정 이입을 유도했을지도 모르겠다.


한때 대학교 산악 동아리의 빛나는 에이스 출신. 하지만 현실은 대학 졸업 후 몇 년째 이어지는 취업 실패로 눈칫밥을 먹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용남(조정석)의 시선으로 영화는 흘러간다. 그리고 온 가족이 참석하게 된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서 과거 산악 동아리 후배이자, 용남(조정석)에게 아픈 기억을 선물한 의주(윤아)를 만나게 된다. 의주(윤아)는 용남(조정석)의 어머니 칠순 잔치가 열리는 연회장의 직원, 그것도 부점장으로서 미모(?)는 여전해 보인다.

영화 <엑시트>는 둘의 어색한 재회를 뒤로 한 채, 도시 한복판에서 펼쳐진 유독 가스 테러로 인해 벌어지는 대혼란과 탈출을 스토리텔링 했다. 이들이 안전지대로 피신하기도 전, 순식간에 도시 전체는 의문의 유독 가스로 휩싸이고 용남(조정석)과 의주(윤아)는 산악 동아리 시절 쌓아 뒀던 체력과 스킬을 동원한다. 치열하고도 외로운 현실보다 더 짠내 나는 이들의 탈출 기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러닝 타임은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간다.


사실, 영화 <엑시트>의 줄거리는 크게 특별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사회와 개봉 전 입소문이 기대 이상으로 났던 이유를, 평범한 영화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문득 깨달을 수 있었다. 영화 <엑시트>의 가장 큰 매력은 철저히 ‘한국식’ 재난 탈출 영화를 그려낸 점이 아닐까.


용남(조정석)의 시선에는 우리들이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여러 한국적 요소들이 있다. 즉, 극한의 재난 상황 속에서 그저 생존을 위한 탈출만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 어머니의 칠순 잔치, 1인 방송, SNS의 활용 및 파급력, 청년 취업 등이 자연스레 녹아들어있다. 이들은 가족, 취업, 연애 등의 문제들을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로서 짊어지고 벽을 오른다. 그저 앞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옆도, 뒤도 돌아보며 한 발자국씩 내딛는다. 흔한 재난 영화에서 느껴지는 클리셰(영화, 노래, 소설 등의 문학이나 예술 작품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나 이야기의 흐름 등)가 느껴지지 않았던 까닭이다.

좌절과 원망이 섞인 우스갯소리로 헬 조선(?)이라 불리는 한국의 현대 사회에서 그 무엇보다 진하게 느껴지는 짠내(?)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저 ‘일단 살아남아야 해!’라고 외치며 달려간다. 용남(조정석)과 의주(윤아)의 일상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것들이 재난 탈출의 소재가 되고, 이들을 구하는 것 또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것은 어떤 기술과 장비가 될 수도 있지만 잊고 있던 감정과 사람들로서 느껴지기도 했다.



큰 고민 없이 가족, 친구들과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탄생하지 않았나,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기다렸던 만큼 개봉 당일 조조로 본 것에 후회가 남지 않았다. 물론 영화 <엑시트>를 보고 나섰던 순간에도 여름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꽤나 시원한 7월의 어느 마지막 날 아침. 우리를 둘러싼 그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현실적이기만 한 하루하루. 한 번쯤은 나만의 ‘엑시트(EXIT)’가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 찾아가는 시원한 여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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