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를 보게 될 당신에게

인간을 사랑한 인공지능(AI) 로봇

by 김명진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평범한 사랑에 빠진 듯 보였던 그녀. 하지만 자신이 상상 속 그려오던 남자로부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으며 혼란에 빠진다는 설정이 꽤나 흥미로웠다. 본론으로 들어가, 영화 <조>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적어보려 한다.


커플들의 연애 성공률을 예측해주는 연구소에서 일하는 ‘조’


그녀는 함께 일하는 ‘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콜’과의 연애 성공률이 ‘0퍼센트’라고 나오자 이를 믿지 못하며 ‘콜’에게 마음을 고백하기에 이른다. ‘조’의 고백을 받은 ‘콜’은 혼란스러운 표정과 함께 그녀에게 반드시 할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다.


“조,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 없는 이유는 당신이 내가 만든 로봇이기 때문이야.”

“믿을 수 없어요. 그렇다면 제가 당신에게 느끼는 이 사랑도 설계된 건가요?”

“아니, 여기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어.”

“그런데 나는 왜 눈물이 나지 않죠?”

“그건 당신이 그렇게 설계되었기 때문이야.”

‘콜’은 그녀가 설계된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넘어 깊은 사랑마저 느끼게 스스로 발전할지 몰랐다고 털어놓는다. 차가운 그의 말은 그녀의 가슴, 아니 심장을 움직이는 AI 부품으로 전달되었겠지 싶었다. 전 처와 이혼한 ‘콜’은 사랑의 감정 따위 추구하지 않은 채 치열하게 일만 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자신이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 감정을 느끼며 선을 넘어 다가오는 ‘조’를 보며 그는 매 순간 혼란에 빠진다.


그렇게 영화 <조>는 크레딧을 향해 달려가며 하나의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누구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아니면, 사랑의 감정 자체를 느끼는 것이 중요한가?”


결국, 자신이 설계한 로봇인 ‘조’와 깊은 사랑의 감정에 빠지게 된 ‘콜’. 그는 이전까지 살아오며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인공지능인 그녀로부터 느끼며 소중한 일상을 보내게 된다.

인간을 사랑하게 된 인공지능 로봇 ‘조’와, 로봇을 사랑하게 된 인간 ‘콜’을 바라보며 영화를 보고 있는 ‘나’는 누구와 어떤 감정을 추구하고 있는지 돌이켜봤다. 자신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면 로봇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 로봇과 느끼게 된 감정들은 ‘진짜’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진짜와 가짜를 계속해서 되묻는 ‘조’에게 ‘콜’은 영화의 후반부로 흘러갈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무이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렇기에 영화 <조>는 단순히 로봇과 인간의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서만 다루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 즉 사랑의 본질에 대해 집요하게 묻고 있다. ‘조’와 이별하게 된 ‘콜’은 자신이 사랑에 빠졌던 그녀를 기반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조 2.0’이라는 로봇과 마주하는데, 그것은 이러한 광고 문구를 담고 있었다.


‘당신의 완벽한 반려자가 될 것입니다. 결코 당신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사랑의 종착역이 이별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알면서도 우리는 감정을 나누고 사랑에 빠지고 저마다 다른 풍경의 삶을 살아간다. 그 과정 속에서 어떤 사람은 상처를 주며 떠나기도 하고, 평생을 서로의 곁에 머물기도 한다. 이 ‘불확실성’이 어쩌면 우리 모두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로봇은 인간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기에 당신을 떠날 일도, 상처를 줄 일도 없다. 오직 ‘당신’이라는 인간만을 위해 창조된 우주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우주를 우리는 어느 날인가 진심으로 인정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인간이 이별을 고하기 전에 로봇은 절대 먼저 ‘안녕’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이 불확실한 인간들로부터 감정을 나누고 삶을 동행하는 로봇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근본적으로 다른 인간 ‘콜’과 인공지능 로봇 ‘조’는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그러면 카페에서 들리는 연인들의 흔한 다툼 소리, 늦은 새벽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남자 친구의 잘못에 대해 토론하는 여자들의 수다 소리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풍경일지도.

당신은 지금 누구와 사랑하고 있는가. 그 사람의 어떤 면에 빠져 감정을 느꼈고, 이 지독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슬픈 눈으로 설계되지 않았던 눈물을 흘리는 인공지능 로봇 ‘조’의 마지막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우리 또한 수없이 인간만의 진짜 ‘눈물’을 흘려왔건만, 상대의 '진짜' 마음을 끝없이 갈구하고 있지 않은가.


가끔 불량품처럼 느껴지던 우리네 삶에 항상 ‘진짜’와 ‘가짜’만을 구분 지으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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