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x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 청소를 하거나 어디를 가야 할 때, 나에게 있어서 음악은 언제 어디에서나 빠지지 않는다. 나는 하나에 빠지면 기간이 언제가 되든 끝까지 파야하는 성격인데 한 음악에 빠지면 지루할 때까지 그 곡만 종일 반복재생으로 틀어놓는다. 스무 살이었던가, 열아홉이었던가. 내가 좋아할 것 같다면서 언니가 나에게 CD 한 장을 사줬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시네마 천국 OST CD였다.
우연인지 그 당시 내가 듣던 플레이리스트가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었다는 걸 그때 알아차렸다.
종일 그의 노래만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가 있는 거지, 충격과 감탄을 반복해서 토해냈다. 거리를 걸을 때면 가끔 내 주위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순간들이 온다. 위로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던 하늘은 무척이나 높고 작은 유리구슬 행성 속에서 이리저리 살고 있는 나는 눈동자만 굴리고 있다. 그런 순간 속에서도 음악은 흐른다.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그저 계속 흐른다.
최근엔 엔니오 모리꼬네 말고 다른 작곡가들의 노래도 자주 듣고 있다. 니노 로타와, carlo savina, 정말 사랑하는 piero piccioni의 곡들을.
이번에 추천하는 곡들 또한 이탈리아 풍의 음악들이지만…(정리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다 가사가 없다. 적적한 바다 앞에서 듣고 싶다가도 무더운 한여름에 얇은 이불속으로 꽁꽁 들어가 듣고 싶은 곡들로 가져와봤다. 어쩔 땐 청량한 케이팝을 듣다가도, 완전히 재즈에만 갇혀 살다가도, 다시 보사노바로 돌아가다, 정처 없이 고독한 곡들만 듣는다. 아무도 읊지 않는. 시간의 제약이 없는 음악 속에 기꺼이 잠기고 싶은 순간들이 있지 않은가. 누군가에겐 지루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조금 늦게 시간이 흐르는 것뿐인 선율들이.
수많은 여름 중엔 고독한 여름도 있다.
Easy Lovers - Piero Piccioni
The Lamp is Low - Laurindo Almeida
The Godfather Waltz - Nino rota, Carlo Sacina
Sensual - Piero Piccioni
Love Theme - Ennio Morricone
Cinema Paradiso - pat matheny, charlie haden (원곡 : Ennio Morric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