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못한 시절을 꿈꿔본 적이 있다. 또는 돌아가고 싶은 시절을, 가고야 말겠다는 저 지구 밖을(이 꿈은 늘 꾸지만..)
응답하라 시리즈들 중 처음으로 정주행하기 시작한 건 1994편이었다. 연세대 컴퓨터 공학과 스무살. 신촌 하숙집. 서로가 외계인의 존재로 느껴질 만큼 이질적이고도 낯설었던 첫 만남부터 시작해 투닥투닥 거리기 바빴던, 내가 가보지 못한 시절과 풍경이 수두룩했다.
삐삐와 KFC, 야구, 유행옷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악.
시간이 지난 노래 속 가수의 목소리를 들으면 기억과 기록에 대해 생각이 많다. 기록은 기억과 다르다는 걸 최근 들어 자주 생각한다. 기억은 소멸되거나 왜곡되는 반면 기록은 온전하고 정확하다. 그렇지만 기록은 언제든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 USB에 사진을 다 저장하고 옮겨놔도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사라지고 삭제된다. 모든 기록들은 유한성을 가지고 있다. 그대신 기억은 기억한 이와 잊은 이 둘로 나뉜다. 좋고 나쁜 건 없다. 그냥..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한 건 그 가수의 목소리와 음악은 기록되고 나는 그걸 기억하면 되는 거겠지.
여름에만 듣고 싶은 시절의 음악이 있다. 어쩌다보니 지금이 너무 더운 여름이라 여름곡만 추천하고 있다.. 다음글은 크리스마스 곡을 추천할 예정이다. 12월 한 달을 위해 열 한 달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나다.. 원래도 계절에 상관없이 듣는 게 캐롤이라.. 생각난 김에 써야겠다.
“내일이 찾아오면” 노래를 무척 좋아한다. ‘행복이란 멀게만 느껴지지만 우리 마음속에 있는걸… 사랑이란 낯설게 느껴지지만 마주 보는 눈속에 있어‘ 가사를 닳도록 외웠다. 특별한 일 없고 별탈 없이 무탈하게 보낸 하루를 보며 무덤덤하게 내가 행복이라 느끼면 행복한 것 같다. 그러다 어쩔 땐 어렵다. 행복하다 정의를 내려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어서. 어쩌면 내가 어떤 순간에 행복감을 느끼는지 몰라서 그러는 것 같지만 나는 어떤 사건 사고 없이 내 하루가 나를 귀찮게 하지 않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특별하게 좋거나 나쁜일이 없고, 평소와 똑같이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 낮잠을 자고 야금야금 할 일을 하다가 시간이 되면 씻고 나와 침대에 눕는다. 건조하게 음, 좋았어. 이라고 내뱉을 때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나의 행복은 건조하고 텁텁하다. 나는 내 행복이 좋다.
내일이 찾아오면 - 오석준, 장필순, 박정운
여름날의 추억 - 이정석
아니 벌써 - 산울림
옛 친구에게 - 여행스케치
행복한 나를 - 에코
여우야 - 더 클래식
여름향기 - 정인호 (드라마 여름향기 OST 중에서)
Train - 베란다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