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리멘탈을 보고 만든 배경음악이다. 디즈니 또는 픽사스럽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 잘 모르겠다. 디즈니와 픽사가 곧 장르가 된다는 게 새삼 신기하고 신비롭다. (지브리도 ..) 일부러 디즈니와 픽사 음악만 주르륵 나열해 플리를 만들고 그 곡들만 주구장창 들었다. 이렇게 다른 코드진행에서도 어쩜 같은 감성을 가진 곡들이 나올까. 근데 전혀 지루하지 않아..! 매번 신비로워..! 하면서 듣는다. 벅차오른다는 게 이런 걸지도 모르겠지. 지브리의 곡들은 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 다른 느낌을 가진 게 신기하다.
앰버가 좋았다. 꺼지지 않는 불을 가진 캐릭터가 원소의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것도, 그런 세계관이 무척이나 재밌었다. 소설을 읽거나, 만화책을 볼 때, 영화를 볼 때 지나치지 못하겠는 순간이나 장면들이 있다. 그러니까, 도저히 아무것도 안 하기가 용납되지 않을 때. 소리라도 질러야 이 벅찬 마음이 조금 괜찮아질까 싶은 느낌에 가깝다. 좋은 문장을 만나거나,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장면을 볼 때 내가 가장 잘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음악을 할 수 있고 좋아하니까. 이걸 이용해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자주 이야기 속을 탐험하고 탐구한다. 소설을 읽는 게 좋아서, 인물을 만나는 게 좋아서 이야기를 읽고 헤맨다. 그렇게 만난 인물과 장면들을 차곡차곡 잘 모아뒀다가 좋은 거름과 재료로 쓰는 게 무척이나 재밌다.
엘리멘탈도 영화를 보고 나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인해 만들어진 음악이다. 다분히 지루한 편일 수도 있다. 코드진행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똑같은 악기만 나오기 때문에...
"딱 너같아."
혈육이 한 마디만 듣고서 뱉은 말이었다. 딱 내가 만든 음악 같다고.
예전엔 그 말이 좋았는데 뭐랄까, 덜컥 겁이 났다. 혹시나 다 똑같아서 지루하면 어떡하지. 너는 이 반복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도 해보고 그래야 하는데 계속해서 비슷한 음악을 만들면 어떡하냐는 뜻에서 들은 말이었다. 사실 잘 모르겠다. 내가 만든 노래는 내가 가진 고유한 감성이라는 걸 인정하고 난 뒤로는 굳이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아서 그런가. 그저 이 지점에서 조금 다채롭게 내 감성을 더 극대화할 순 없을까 하는 고민이 더 큰 것 같다.
앰버를 보여주고 싶었다. 공기 방울 안에서 그토록 보고 싶었던 꽃을 보러 길을 나서는 장면이 좋았다. 웨이드와 함께 있어서 좋았다기 보다는 뭐랄까, 정말 보고 싶었던 것을 보고야 말았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앰버가 기특했던 것 같기도. 무엇보다 사방이 자신의 적인 물속에서 공기 방울 하나만 가지고 탐험하는 모습이 좋기도 했고 걱정과 불안이 꽃을 보면서 사라지는 게 얼굴에서 서서히 보이는 게 좋았다. 환하게 웃는 앰버의 얼굴이 보기 좋아서, 나는 이곳에 내 음악을 담아야겠다고, 꼭 그러겠노라고 다짐했다.
늘 똑같은 피아노 악기 소스는.. 가끔 지루하게 느껴진다. 내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그런 걸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번 작업을 할 땐 피아노의 영향이 컸다.
가장 재밌었던 건 옵니스페어를 사용하는 일이었다. 너무 많은 소스들과 악기들이 잔뜩 있어서 내 속을 흥분 상태였다. 초반에 굵직한 베이스 음 위에서 노래하는 코러스 악기를 사용했을 때가 아마도 가장 짜릿한 순간이지 않았을까 싶다. 혈육은 별로라며 빼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나는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정말 사람의 목소리였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사용해봤지만 청취자들에겐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다.. 부디 앰버가 꽃을 보는 그 순간을 자세히 상상하며 들어주길 바랄 뿐!
의외로 이번 작업의 큰 틀은 영화를 보고난 뒤 사흘(나흘일수도)만에 완성했다. 업로드가 늦어졌을 뿐 하하.
보통 이렇게 일찍 끝난 작업일수록 나는 편안하지가 않다. 분명히 허점이 있을 것이고 나는 그걸 찾아야 한다는 생각 탓인지 업로드를 쉽게 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늦어졌다.. 아직까지도 나는 겁이 많구나.
그때 만든 음악이 지금은 별로인 것 같고, 그 악기 대신 이 악기를 사용하면 좋을텐데 하는 후회들이 생길 수도 있다. 당연히 생길 거라고 확신한다. 그래도 지금은 후회를 아주 스쳐가듯이 잠깐 하고, 나를 기특해하는 것 같다. 웃기게도 내 노래를 가장 많이 듣는 사람은 나다. 누군가는 하도 들어서, 또는 무서워서 못 듣겠다 하지만 나는 내 노래를 들으면 혼자 '오 나 이거 어떻게 만들었지.', '나 그때 신 들렸나.' 하고 감탄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에 하하. 그때의 나를 기특해하고 싶어서 자주 만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처럼 내가 나 스스로를 기특해하고 칭찬할 때, 기분이 좋으니까.
https://youtu.be/6nIsdPFfTrA?si=C2W84eFujYl8UL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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