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냄새는 나지 않았다

はるか遠い夏

by 산연랑




23년 1월. 2월 중순에 보게 될 오디션 준비를 하다 도쿄를 가게 됐다. 이미 작년 11월 3주 동안의 캐나다 여행에도 모자랐는지 3박 4일 도쿄행 티켓을 끊었다. 레슨 선생님께서 지금껏 이런 학생은 처음이라며 놀라셨으니.. 물론 당사자인 나도 ‘지금은 아닌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나에겐 지금 여행이 필요하다라는 것을 온몸이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두둑한 롱패딩과 백팩을 들고 공항으로 향했다.


첫날 저녁에 먹은 라멘집이 유독 많이 생각났던 건, 그 가게가 오픈 키친으로 되어 있어서 육수의 뜨거운 연기가 가게 안을 휘저어 다니고 있었고 그탓에 실내는 무척이지 더웠다. 뜨거운 공기를 맞으며 뜨거운 라멘을 한 그릇 뚝딱하고 난 뒤에 밖으로 나왔을 때 나를 맞이한 것은 겨울 냄새와 공기였다.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그 느낌이 너무도 좋아서 잠시 동안 밤하늘과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기를 반복했다.

회전초밥집도 기억이 자주 난다. 매실주를 마시며 좋아하는 초밥을 이것저것 먹고 난 뒤에 밖으로 나왔을 때 그 찬공기와 저 멀리서 풍겨오는 타코야키 냄새..


이 기억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예측하지 못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지하철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다 ‘한국을 떠나 도쿄로 오는 아무개’ 라는 인물을 상상하기 시작했고 그는 왜 도쿄로 떠났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이유를 찾다보니 저절로 일본을 바라보게 되었고 내가 걸어가고 있는 거리와 바라보고 있는 모든 풍경들을 모아 이야기 속 인물에게 대입해야겠구나, 그러기 위해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 하고 다짐했다. 그래서 자잘자잘한 시간에 단편 소설을 썼고 집에 도착해서 곧바로 작업에 몰두했다.


피아노라는 한 악기만을 가지고 관객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일은 힘들다. 내 피아노 연주 실력은 여전히 엉망이었지만..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입술을 꽉 깨물고 녹음을 마쳤다. 손끝에서 나오는 감정이라는 게 참 신기하지. 같은 포르테라도 누가 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진동이 나는 여전히 신비롭게 느껴진다.


6년 전, 무더운 여름에 방문한 첫 일본. 그때의 여름냄새는 더 이상 나지 않았다.

조금은 짧지만 그럼에도 내가 느꼈던 일본이기를 바라며.


https://youtu.be/96_SdzF_OF0

twitter : @yeonrangg



그때 쓴 아주 짧은 소설이다 https://brunch.co.kr/@auggieex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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