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보내며

by 산연랑






이제 막 9월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시월이 왔다. 이미 나는 후드티를 꺼냈고, 그것도 추워서 겉옷까지 입으며 내 몸을 꽁꽁 싸맨다. 누군가는 반팔을 입고 다니며, 누군가는 반팔에 조끼를 입는다. 지금이 무슨 계절인지 알 수 없어서 그게 마냥 재밌고 신난다. 가을의 초입의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한국도 가을이 찾아왔겠지. 글을 잘 올리지 못했다. 작업물을 못 올려도 추천 플리는 자주 적었어야 했는데, 나는 기록하는 데에 있어서 영 재능이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과제나 해야할 일은 잊을까봐 재빨리 적어놓으면서도, 듣는 노래가 좋을 땐 ‘아 이거 나중에 브런치에 올려야겠다’ 하고 생각만 하고 까먹고야 만다. 9월이 시작되고, 가을학기가 시작하자마자 들은 건 아이유의 ‘가을 아침’이다. 17년도, 등교하며 아침에 올라온 그 가을아침을 마주했을 때의 기분이란. 아직까지도 나는 꽃갈피-둘의 표지보다 가을 아침의 신곡 표지로 가을을 맞이하는 편이다. 꽃갈피-둘 앨범을 반복 전곡 재생 하면서 아이유의 목소리가 이곳 보스톤에도 흐르고 있는 게 신기하고, 좋다. 어딘가 텁텁하면서도 덤덤한, 그러나 묵직하고 그만의 고유한 감성을 가진 구슬돌같은 아이유의 목소리가 좋다.



이왕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거 추천을 핑계로 사진도 올려보려고 한다. 더 많이 찍었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을 딱 다섯장 이하로만 고르기로 했다. 카메라를 가져가지 못한 게 참 아쉬웠으나, 아이폰도 카메라 못지 않게 잘 담아주고 있는 것 같아서 괜히 기분이 좋다. 기록하는 일은 언제나 새롭고 가끔은 미련한 것 같다가도, 내가 아니면 누가 하나 싶은 마음에 찍는다. 내가 기억하고 싶으니까 내가 찍는 게 맞지. 학교 바로 옆에 위치한 작은 분수대로 이어진 길은 아무래도 내가 졸업하기 전까지 내 옆에 착 달라 붙어있을 산책로가 아닌가 싶다. 어떨 땐 웜홀 같기도 하다. 저녁이 되면 작은 인공 호수 물결 위로 드러나는 가로등의 불빛이 아름다워서 그걸 멍하니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요즘 자주 생각하는 건 고흐가 본 그날의 하늘과 별은, 드뷔시가 마주한 달은 어떤 풍경일까. 내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풍경을 나도 언젠가 그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힘이 난다. 과제에 치이고, 영어에 치이고, 가끔 스스로를 치면서도 좋아하는 것들을 필사적으로 놓치지 않기 위해 바등바등 애를 쓰고 있는 현재의 나를 다시 재생시키는 방법일지도.


무엇보다도 학생이라서 주위 박물관과 미술관을 탐험할 수 있는 게 참 좋다. 특히나 과학 박물관이 근처에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주말이 되면 얼른 가야지 했었는데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허허. 중간고사 끝나면 꼭 가야지. 근데 거기는 학생 할인을 해주려나. 해줬으면 좋겠다. 최근 들어 자주 걷는다. 며칠 전 근처에 있는 다리를 건넜는데 서울의 한강이 무심코 생각났다. 건물은 꼭 일본을 생각나게 하면서도 강을 보고 있으면 그곳은 한강이 된다. 운동은 싫지만 걷는 건 좋다.


이번 추천곡은 여름을 보내며, 가을의 초입을 두드리는 음악들이다. 기타의 선율들과 세월을 머금은 목소리들이 보내는 가을의 소리가 좋다. 가장 높은 하늘을 가진 계절. 가을은 늘 짧다. 아쉽지만, 나는 빨리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 하하. 드디어 여름을 보낸다.





아이유 - 여름밤의 꿈

아이유 - 꽃갈피 둘 앨범 전곡

이문세 - 나의 하루

악동뮤지션 - 작별 인사

산울림 -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산울림 -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이윤정 - 천하창생 (육룡이 나르샤)

김세정 - 화분

슈퍼스타 6 - 당신만이

정재형, 정형돈 - 순정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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