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괴물 모두 다 늦게 개봉하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연말에 개봉하는 웡카를 보러갔다. 원체 사랑했던 배우였는데 12/15일 개봉일보다 하루 먼저 개봉하는 영화관이 있길래 서둘러 보러 갔다.
- 스포는 없으나 감상 이야기가 잔뜩 있으니 읽기 전에 유의하시기를!
뮤지컬 영화라는 건 11월에 알았다. 윌리 웡카의 어릴 적 이야기라는 건 미리 알고 있었어서 티모시가 어떻게 연기를 할까?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하다가 Pure Imagination 노래도 나오겠구나 싶었다.. 비하인드 사진이 떴을 때 착장과 헤어가 잘 어울려서 그때부터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숨을 헐떡거리며 울었다.
이야기가 왜 좋을까. 나는 왜 자꾸 다른 세상과 차원을 넘나들며 상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영화를 보는 내내 해석하기 어려운 영어만 잔뜩이었음에도 흘러나오는 음악과 배우가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노래를 잘한다는 것보다 기교가 없었다. 어떠한 방식이나 특징이 뚜렷하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분명 웡카는 노래를 하는 게 맞는데 나에게는 왜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을까. 그만큼 딕션이 좋고 전달력이 풍부했다. 대사를 음으로 전달하는 건 이렇게 하는 건가 깨달았다.
웡카의 삶이 달달한 초콜릿 같아서, 그 주위로 모여들며 웡카를 위해 내어주는 마음들을 고이 간직했다가 자신은 초콜릿에 마음을 담아 사람들에게 다시 전달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웡카는 신비롭다 모자에선 자꾸 특이한 것들이 나오고 먼지만 가득했던 가게를 들여보던 손님에게 “상상하면 그 모습이 나올 거예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웡카는 정말 신비롭다. 그러니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웡카는 나에게 계속해서 외쳤다. 네가 상상하는 세상은 어떻게든 반드시 와. 네가 상상하고 꿈꾸는 모든 것들은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너에게로 와.
워낙 유명한 Pure Imagination 곡을 잘 알고 있었어서 이 장면에 나오겠구나! 했는데 예상치 못한 티모시의 목소리 때문에 거기서 팡 터지고야 말았다. 그렇게 울 장면이 아니었음에도 기교 없고 오로지 전달력과 담담한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말과 노래를 동시에 하는 인물이 너무 좋아서, 동시에 사랑하는 노래를 사랑하는 배우가 불러주는 게 기뻐서 울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벅찬 것도 맞고 행복한 것도 맞는데 동시에 둘 다 아닌 것만 같아서. 가슴은 쿵쿵 뛰고 그만 울려 해도 숨을 헐떡거리면서 눈에선 자꾸 눈물이 났다. 음악은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구나 깨달아서, 그것마저도 좋았다.
영화가 끝나고 난 후 스크린을 떠나지 못했던 건 나의 영화는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둘러 노래를 검색했는데 정말 다행히 유튜브에 앨범이 나왔더라. 한국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노래가 나와서 어찌나 행복하던지. 그렇게 “Pure Imagination” 노래를 들으며 영화관 밖을 나서는 순간 나는 또 한 번의 신비로움을 이 현실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다음주면 크리스마스고 지금은 연말이라 거리는 온통 크리스마스 전구를 휘감은 나무들로 가득했고 모든 가게들의 앞에는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다양했다. 그러니까 문을 열자마자 영화에서 보던 크리스마스 전구들이 길거리에 아주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웡카가 나에게 선물을 줬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러자 울음이 마구 쏟아졌다. 영화를 보고 난 뒤로 벅차오른 적은 한 두 번이 아니고 정말 좋아하고 사랑한다면야 눈물도 흘리는데 영화관 밖에서 마스크 쓰고 소리를 죽이며 계속 울었다. 이런 영화 같은 순간도 현실에 존재한다는 게 행복했다. 영화관 밖을 나서도 영화의 순간이 존재한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영화관 앞에 있는 공원 속에 세워진 트리로 다가갔다. 그리고 다짐했다.
“나는 티모시 샬라메와 꼭 같이 작업을 할 거야. 그리고 반드시 내 음악을 알릴 거야. 그리고 정말 잘할 거야. 그러니까 지켜봐줘. 한 명의 관객이라도 영화를 보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나의 일상생활을 시작해야할 때, 그때 본 영화의 인물이 자꾸 생각나고 자꾸만 내가 상상하는 세상을 그릴 때, 그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잊고 싶지 않을 때, 그것들을 계속 이어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지. 오늘의 웡카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나의 세상에도 새로운 한 발자국이 찍힐지도 몰라. 그럼 그땐 웡카처럼 나만의 초콜릿에 마음과 음악을 담아 들려줘야지. 저 먼 우주 밖에 있는 외계인도 들을 수 있을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