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에 휴가를 나오고 나서 약 6개월 만에 두 번째 휴가를 나왔다. 5월 초에 나오고 싶었지만 미뤄지고 미뤄져서 7월 중순이 되어서야 나올 수 있었다. 큰 훈련들도 있었고 업무지가 한창 바쁠 때여서 도저히 오뉴월에는 휴가를 나갈 수 없었다. 6개월이나 휴가를 나가지 못했지만 버틸 수 있었던 건 중간중간 외출과 외박을 나갔다 온 덕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지난달에 생활관 동기, 후임들과 외박을 나갔던 것은 기분전환을 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됐다. 7명이서 다 같이 외박을 나가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 그 하룻밤을 즐기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오랫동안 못 나간 만큼 두 번째 휴가는 길게 써도 괜찮겠다 싶어서 만박(15일)을 썼다. 사실 처음 종합할 때 '만박은 조금 무리일까?' 의구심이 들었다. 남들보다 휴가를 더 벌긴 했지만 이번에 이렇게 길게 써버리면 남은 기간 동안 휴가가 모자랄까 봐 그랬다. 고민하던 내게 만박은 무척 긴 세월처럼 느껴질 거라고 13일을 나갔다 온 선임이 말해줬다. 솔깃했다. 그래, 6개월이나 이곳에서 보냈으니 느긋하게 쉬다 오자. 그리고 거침없이 종합해서 행보관님께 보고 드렸다.
이번 휴가의 모토는 ‘휴식’이었다. 집에 오래 눌어붙어있으면서 실컷 먹고 푹 자고 뒹굴거리며 유튜브나 보고. 그러다 한 번씩 사람이 고프면 친구들과 연락해 술도 마시고. 술을 먹으러 대구를 벗어나 서면에 한번, 기장에 한번 다녀왔다. 순전히 술을 위한 여행.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다른 공기 다른 분위기에서 마시는 술은 더 잘 들어가는 것 같다(사실 비슷하다). 서면은 거리가 예뻤고 음식이 맛있었다. 기장은 바다가 좋았고 공기가 좋았다. 대구에 사는 나는 바다가 늘 귀하다.
대구에서도 술을 자주 먹었다. 친구들은 ‘휴가 나왔으니 한번 봐야지’ 하면서 약속을 잡았다. 내 덕에 오랜만에 다 같이 만나게 됐다면서. 그들은 직장생활에, 수험생활에 바쁘니깐 이런 ‘구실’로 가끔 만난다고 했다. 주인공이 된 것 같아 으쓱했다. ‘오랜만에 내가 나왔는데 다 모여야지!’ 같은 마음이 없었다고 하면 그건 거짓이다.
덥지도 않고 바람도 잔잔히 부는 밤이면 편의점에서 소주 두 병을 사서 벤치에 앉아 마시기도 했다. 낮의 더위가 거짓인 듯 사라지고 약간의 물기를 머금은 선선함만이 남아있었다. 잔도 없이 병만 맞대고 조금씩 조금씩 비워나갔다.
선임의 말대로 2주라는 시간은 굉장히 길었다. 첫 주를 보내고 나서도 아직 한 주가 더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정말 시간이 남아도는 것 같았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 것 같은 기분. 밖에 오래 있었는데 슬슬 복귀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복귀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아쉽고 울적했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을,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을 때 먹고 가족들을 친구들을 제약 없이 볼 수 있는 그런 일상을 복귀하면 누릴 수 없다는 게 서글펐다. 얼른 전역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복귀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