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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감 Oct 16. 2023

이러쿵저러쿵

일상, 연애, 생각

    학기가 시작한 것도 며칠 뒤면 두 달이 다돼 가네요. 이번 수필은 문체를 바꿔 써보려 합니다. 이편이 더 편하기도 하고 저랑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딱 정해서 이제부터는 이것만 하겠어!'는 아닙니다. 그냥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은, 그런 마음입니다. 아무튼 오늘은 간단하게 그간의 일상들을 기록해 보려고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이번 학기에 저는 금요일이 공강이기 때문에 월화수목 일주일에 네 번만 학교를 가고 있습니다. 4일 모두 아침 10시 반에 수업이 있어서 늦잠을 잘 순 없지만 1교시만큼의 부담은 없어서 적당히 긴장감 있는 생활 중입니다. 월요일과 수요일은 10시 반 수업 하나만 듣고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점심부터는 자유로운, 아주 편한 일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사실 굉장히 좋습니다). 하지만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습니다. 얻는 것이 있다면 포기해야 하는 것이 분명 있습니다. 이 시간표를 만들기 위해 화요일과 목요일은 아침 10시 반부터 저녁 6시까지 수업이 촘촘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금공강에 가려는 너는 4 연강을 이겨내야 할 것이야-매주 목요일이면 제 머릿속에서 각각의 강의는 하나의 문지기로 의인화하여 저와 혈투를 벌입니다. 네 번의 격렬한 전투 후 저는 체력이 간당간당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4번째 문지기를 상대하고 난 뒤면 한시의 지체도 없이 곧장 집으로 도망쳐버립니다. 그래서 부끄럽게도 이 수업 뒤에 있는 스터디에 한 번도 참석해 본 적 없습니다(물론 자율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3번째 전투 중에는 이따금 패배하여 빈사 상태가 될 때도 있습니다. 항상 이때쯤 고비가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기브 앤 테이크,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러한 맥락에 조심스럽게 제 시간표를 더해봅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오랜만에 복학한 저는 아는 사람 없이 혼자 학교를 다니고 있는 처지라 화요일과 목요일처럼 점심을 꼭 먹어야 하는 일정이 상당히 곤혹스럽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에 계속 있으면 점심을 먹지 않고선 도저히 견딜 수 없습니다. 배가 고파서 배가 아픈 경험은 안 할 수 있다면 안 하는 게 제일입니다. 집 근처나 동네에서는 혼자 밥도 잘 먹고 잘 돌아다니는데 학교에서는 혼밥 하기가 여간 쉽지 않습니다. 모두가 둘 이상 무리 지어 있는 식당에서 혼자 2인 테이블에 앉아 아랑곳하지 않고 식사하고 있는 한 남자를 목격했을 때 엄청 멋있었습니다. 심지어 저와 그 남성분을 제외하면 전부 여성이었다는 것. '저 사람, 굉장하다' 경외심이 샘솟았습니다. 제가 저 정도 수준의 '혼밥력'을 갖추려면 수년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시간으로 해결되는 문제일까 의문이 들긴 하지만.


    매번 굶고 다닐 수는 없어서 집에서 도시락을 싸 오기도 하고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며 근근이 지냈습니다. 편의점 하니깐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건,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먹으려고 계산하고 보면 학생식당에서 잘 차려진 한 끼 식사를 사 먹는 금액과 비슷하다는 사실입니다. 괜히 억울하고 손해 본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너무하다랄까요. 그래서 한 번은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해야겠다 굳게 다짐하고(굳게 다짐할 만큼 중대한 사안일까 싶지만) 기세 좋게 학생식당으로 들어갔으나 바글바글한 사람들과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곧장 뒤돌아 나왔던 씁쓸한 기억이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식권 발매기를 쓰는 것이 서툴러서 학생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발권기가 익숙지 않은 탓에 기계 앞에서 이것저것 만지면서 시간을 잡아먹으면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민폐라고 생각돼서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언제 한번 한적한 시간대에 조용히 가서 식권 구매 연습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바보 같고 쓸데없이 눈치 보는 것 같고 뭐 이러쿵저러쿵 합니다.


    지난번에 학과 강의실 내부 시설이 좋아졌다는 얘기는 한 것 같은데 도서관은 언급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그럴 것이 그 당시에는 도서관을 가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학 동문들하고 술자리를 가졌는데 학교 얘기가 나와서 제가 "도서관 구관하고 신관 엄청 좋아졌더라. 완전 북카페 같던데" 하니 "나도 리모델링된 도서관 썼었어"라고 대답이 돌아온 걸 보면 내부 공사가 끝난 지 꽤 오래전(약 3,4 년 전) 얘기였나 봅니다. 제가 그때쯤부터 휴학도 하고 군대도 다녀왔으니 제가 학교를 안 가는 시점에 맞춰 학교 측에서 공사를 진행했다고 봐도 무방하겠군요(어딜 봐서?). 아주 세련되고 깨끗하고 분위기 좋은 도서관에 있으니 괜히 글자도 눈에 더 잘 들어오고 이해도 더 잘 되는 것 같고 그랬습니다. 학생신분일 때 도서관을 충분히 이용하고 졸업하고 싶은데, 유감스럽게도 저희 과 건물과 도서관은 다소 멀어서 도서관을 가려면 꽤 걸어야 합니다. 근처에 갈 명분이 있다면 모를까 굳이 도서관까지 힘들게 가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거리지요(저만 고민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침 화요일 목요일에 도서관 근처에서 수업이 있어 점심시간마다 항상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냅니다(도시락을 먹거나 편의점에서 간단히 때우고 나서). 다행이라 할 수 있겠죠. 기껏 잘 꾸며놨는데 자주 가지 않는다면 아쉬울 테니깐요. 등록금 120% 활용하기, 뭐 이런 느낌입니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선선하고 햇빛은 따듯해서 꾸미기 좋은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름은 너무 덥고 습해서 긴 바지에 손이 잘 안 가다 보니 대부분 반팔 반바지의 편한 차림으로 지냈습니다. 단조롭고 뻔하고 지루했다고 할까요. 반면 가을은 선택지가 다양해서 즐겁습니다. 옷을 좋아하고 잘 입는 사람들에게는 봄과 함께 소중한 계절이 아닐까 싶습니다(저는 그냥 옷을 좋아하기만 하지 잘 꾸미진 못합니다). 이 순간도 언젠가 눈 깜짝하면 지나가버려 오들오들 떨게 되는 겨울이 불쑥 찾아올까 봐 아쉽고 섭섭하지만 그럴수록 현재를 충분히 만끽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혼자보단 둘이, 가능하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연인과 함께 산책을 가고 맛있는 밥도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가기 참 괜찮은 날씨입니다. 물론 저는 혼자 동네를 걷고 (동네에서) 혼밥을 하고 커피는 테이크 아웃만 합니다. 아기자기한 카페를 보면 '음, 언젠가 누군가 함께 갈 수 있다면 근사하겠군' 머릿속에 저장해두고 있을 뿐입니다. 몇 없는 술친구가 최근 들어 연애를 시작하는 바람에 저는 같이 술잔을 기울여줄 동료를 잃어 조금 쓸쓸해졌습니다. 그래도 행복한 연애를 하길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진심으로). 여자친구가 생기고 나서는 연락도 잘 안되고 예전만큼 만나기가 어렵게 됐지만 저라고 다르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여자친구가 생기는 남자들이 감감무소식 한 건 사전에 등재될 만큼 자명한 사실이니 말입니다(농담입니다).


    요 며칠은 지성이 지우 이야기를 쓰면서 계속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단편을 내려놓고 오랜만에 수필을 쓰니깐 환기도 되고 상쾌합니다. 역시 틈틈이 수필을 써주지 않으면 근질근질합니다. 지우 이야기도 잘 마무리해서 빠른 시일 내에 올려볼까 합니다. 아무쪼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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