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착각

by 이음하나

오래 유용하게 사용해 오던 쿠팡을 탈퇴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때문은 아니고,
사실 이미 그 이전부터 사용을 거의 멈췄다.

매월 7,900원,
처음엔 2천 원대였던 와우 멤버십이
어느새 7,900원이 되었고
남편과 나, 두 계정이니 한 달 16,000원쯤을 꾸준히 내고 있었다.

너무 낭비 같아 나는 멈추고
남편에게 필요한 것만 주문해 달라고 부탁하고는
그 이후로 쿠팡 사용이 눈에 띄게 줄었다.
신기하게도 새어 나가던 지출도 함께 줄었다.

낭비는 회원비뿐만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사실 나는 쿠팡을 ‘내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것’
이라고 생각해 왔다.
아이들이 있다 보니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많고,
다음날 문 앞에 척~ 하고 놓여 있는
그 구조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필요한 물건을 검색하면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마저도 ‘언젠가 필요할 것 같은 물건’이 되어 나타났고,
편리함에 기대어 이것저것 담다 보니
냉장고의 야채들은 금세 시들고, 버려지는 일도 많았다.

그래도 또 샀다.
어차피 내일 다시 오니까.
그게 편리함이 만든 악순환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 편리함과 닮은 것이 하나 더 있다.

인터넷 대출.

은행에 방문할 필요도 없이
앱 하나로, 터치 몇 번이면 대출이 이뤄진다.
예전 같으면 창구에 가서 상담받고 서류 내고 해야 했을 일인데
지금은 ‘내게 맞는 대출’을 앱이 먼저 추천해 준다.

나 역시 대출을 그렇게 받아본 적이 있다.
해보니 너무 쉽고, 너무 간단해서
대출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도 한순간 가벼워졌다.
“이렇게 쉬운데 뭐 어때.” 하고 말이다.

우리는 종종 편리함에 속는다.
그것이 나에게 독이 되고 있어도
당장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그 본질을 보지 못할 때가 있다.

어릴 때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고 배웠지만
지금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쉽고 편리한 것도 다시 보자.”
어쩌면 편리하다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