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집에 오는 길에
집에서 먹을 간식을 배달시켰다.
집에 도착하면 간식이 먼저 와 있기를 바라며
나름 시간을 철저히 계산했지만, 실패였다.
도착 예정 시간은 점점 늘어났고
결국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언제쯤 도착하나요?”
뭐가 그렇게 급한지,
기다리지를 못한다.
“좀 기다려봐, 오시겠지.” “나는 딱 와서 먹으려고 일부러 맞춰서 주문한 건데…”
요즘 사람들은 참 기다리질 못한다.
‘오늘 도착 보장’
보기만 해도 설레는 문장이다.
아침에 주문한 물건이 오후에 도착하는 일도 흔하다.
빠르고, 정확하고, 편리한 세상이다.
하지만 가끔
그 ‘보장’이 어긋나는 날이면
사람들은 쉽게 화가 난다.
나 역시 그랬다.
오늘 도착이라던 물건이
밤 11시가 넘도록 오지 않았던 날,
‘오늘은 안 오려나’ 하면서도
계속해서 배송 위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못 받으면 보상이 있으니까,
어딘가 모르게 믿는 구석도 있었다.
그런데
밤 11시 20분이 지나
문 앞에서 철커덕 소리가 났다.
배송 완료.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시간은 이미 하루를 정리하고
따뜻한 집 안에서 잠자리에 들 시간인데,
기사님의 시간은
누군가의 ‘보장’을 지키기 위해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을.
늘 좋은 마음으로 살아야지,
베풀며 살아야지 하던 나의 다짐이
그 순간엔 조금 가식처럼 느껴졌다.
마주쳤다면
“감사합니다” 한마디라도 전했을 텐데,
기사님은 또 다른 누군가의 ‘보장’을 위해
이미 다음 집으로 향하셨을 것이다.
느린 것은 불편하고,
빠른 것이 정답이 된 세상.
하지만 아무리 바쁜 시대라 해도
우리는 너무 급해진 건 아닐까.
그날 오지 못했던 다른 배달 기사님은
오시는 길에 사고가 나서 배송을 못 하셨다고 했다.
마음이 씁쓸해졌다.
누군가의 보장도 귀하지만,
그 보장을 위해 움직이는
그들의 발걸음은 더 귀하다.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에도
조금의 여유와 너그러움이 뿌려져서
그들의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