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귀는 제일 안전한 귀.
분명 오늘 비가 많이 온다 해서
어제 빨래를 잔뜩 해두었는데
오늘도 역시나 잔뜩 빨래 중이다.
오전에는 어제 있었던 일들을
엄마와 나누면서
막내 새로운 학원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요즘 세상이 무서우니
아이 잘 키워야 한다고 했다.
내가 어릴 때에도
세상은 무서웠다.
그런데 다만,
내가 어려 그 상황이 이상한지 인지를
못해 엄마에게 말을 못 하다가
알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그때 상황이 이상했음을 알아챘다.
지금부턴 나만의 비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나는 그림을 그렸어.
그림을 중2부터 시작했는데
우리 집 형편이 좀 나아지면서
엄마는 제일 하고 싶은 거 한 가지만
말해보라 그랬지.
그래서 나는 미술이 하고 싶다고 했고
그 뒤로 입시미술까지 했어.
많은 선생님들한테 지도를 받으면서
이상한 기분이 든 적은 없었어.
미술의 특성상 선생님과 거리가 가까운 편.
그런데도 불편한 적은 없었지.
문제는 고2 때 잠깐
개인지도를 받은 적이 있었어.
학원과 별개로 물감을 더 잘 쓰고 싶어
엄마가 아주 잠깐
방학 특강처럼 시켜주셨지.
첫날은 우리 집에서 수업을 했고
별 문제없었어.
그렇게 다음 수업은 선생님 작업실에서
보기로 했고 나는 혼자 그 작업실에 갔지.
나란히 앉아 있는데
계속 옆에 딱 붙어 앉는 거야.
몰랐어!
한참 그리느라 붙는지 떨어지는지
그러고 다음에 만났을 땐,
허벅지와 무릎을 자꾸 내 다리에 붙는 거야.
그때는 날씨가 더운 여름이었고
더운데 왜 자꾸 붙어 있는지 그랬거든.
갈 때마다 이슈로 한참뒤에나,
엄마한테 혼자 다니니까
심심하다는 핑계로 그 작업실을 안 갔어.
엄마는 가서 배우지 왜 안 가냐고 했지만
그때 나는 싫어서 그랬던 것 같아.
그리고 그 특이한 향수냄새는
멀미를 유발했지.
여하튼 그러고 안 갔으니 사고는 없었어.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게 추행 같은 거야.
내가 다리를 피하면 또 와서 붙고
또 피하면 붙고
팔도 붙이려 들고
피해도 소용없이 계속 붙었어.
여름이니 반팔, 반바지..
어우.. 불쾌해.
그래서 긴바지 입고 갔던 기억이 나.
아이 낳고 한참이나 지난 후에
엄마한테
그 선생은 불편했다~
엄만 이렇게 겁이 많은데
그 남자선생 작업실에 나를 혼자 보내려
했냐~고 물으니
선생이 설마 그럴까 싶었데.
지금 같으면 아주 여유 있게 대처했겠지만,
어린 나는.
멀쩡하게 표정 변화 없이 그림을 가르치고
있는 옆에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지
의심을 안 했던 아니 못했던 거지.
그리고
솔직하게 감정을 말한다면
괜히 큰일 날까 싶었거든.
지금 20년이 더 지난 기억이지만
여전히 불쾌해.
그리고 그 이상한 향수 냄새는
지금도 기억이 날 정도이고.
나는 아이들에게
상대의 행동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는
엄마에게 말해달라고 한다.
그랬더니 불편했던 상황이나
잘 모를 것 같은 상황을
나에게 말해주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는 상황을 정리한다.
상대의 행동이
나를 위한 행동인지
나를 해하려는 행동인지
아이와 감정에 솔직하게 공유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최대한 차분해지려고 한다.
내가 과해지면
아이가 혹여나 당황하고 잘못이라 여길까 봐.
엄마인 나는 아이에게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귀이고 울타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