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는 향기가 되고..
내일 비소식이 있어
건조기가 있지만
줄어들기 십상인 옷들은
볕이 좋을 때 말려야 해서
오늘 같은 습도 없는 날씨가
제격이다.
세탁해서 뽀송해진 옷을
반듯하게 개어두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에겐 트라우마가 있다.
한참 사춘기 시절
반지하 작은 집엔 여름철이면
빨래가 마르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늘 바빴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우리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집안일은 엄마에게 무리이고 사치였다.
빨래의 의미는
세탁기만 돌리는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때가 안 빠진 발바닥이 까만 양말
쿰쿰한 냄새가 나는 체육복
여기저기 물든 티셔츠
그게 나의 옷이었다.
처음엔 부끄러운 줄 몰랐다.
하지만 집에서 살림만 하던
베프의 엄마.
그 친구네 집에 가면
늘 상쾌했고
발바닥이 새하얀 양말과
향기 나는 그 친구의 체육복이
내가 뭔가 다르다고 생각이 들던 순간이었다.
그 베프의 엄마가
내 양말은 보고는
너는 왜 이렇게 양말이 더럽냐고
엄마한테 담갔다가 세탁하라고 했던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어느 날은 체육시간에 그 베프가
어디서 이상한 냄새 안 나? 뭐지?
하며 킁킁 대는데
점점 내쪽으로 다가오는 친구들
다른 아이들은 민망할 나를 위해
넘어가려는데
그 베프만
옷에서 냄새난다고
콕찝어 말했다.
그때가 중학교1학년이었다.
그 후로
교복도 체육복도 내가 세탁했다.
손으로 조물조물
그리고 내가
내 아이를 키울 땐
하얀 옷을 주로 입혔다.
새하얗게 빛나기 위해
나는 고생스럽더라도
늘 깨끗함을 유지했다.
발바닥이 하얀 양말은 물론이고
손수건까지 다림질하며
극성스럽게 관리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부분
oo이네는 섬유유연제 뭐 써요?
이 집 아이들한텐 늘 좋은 향기가 나요!
그렇게 나는
동네에서 빨래를 잘하는 엄마가 되었다.
어린 시절의 그 상처가
오늘날 나에게 잘하는 장점이 될 줄이야.
그래서 혹시라도
이런 상처가 있는 친구라면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_
가장 깨끗하게 아물 테니까